김아림(25)이 미키 라이트 메달을 목에 걸고 US여자오픈(총상금 550만달러·60억875만원)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데뷔전에서 '메이저 퀸'에 등극한 그가 무슨 말을 남겼을까.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20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제75회 US여자오픈 순연된 마지막 날 최종 4라운드가 14일(한국시간)에서 15일로 넘어가는 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챔피언스 골프 클럽 사이프러스 크리크 코스(파71·6731야드)에서 재개됐다.
최종 4라운드 잔여 경기 결과 김아림은 버디 6개, 보기 2개를 엮어 4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3언더파 281타로 우승했다. 우승 상금 100만달러(10억9250만원).
경기 후 미디어센터에서 우승자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착석한 김아림은 "정말 영광스럽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우승했던 분위기와 많이 다르고, 코로나19로 인한 환경 변화 속에서 우승한 것이기 때문에 어색하다"고 말했다.
김아림은 이날 16번홀(파3), 17번홀, 18번홀(이상 파4)에서 3홀 연속 버디로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그는 "16번홀은 5번 아이언으로 쳤고, 17번홀은 유틸리티로 티샷하고, 8번 아이언으로 붙였다. 18번홀은 3번 페어웨이 우드와 48도 웨지로 쳐서 버디를 낚았다"고 설명했다.
김아림은 이날 우승으로 US여자오픈 데뷔전에서 우승한 다섯 번째 선수가 됐다. 종전 기록자는 초대 챔피언인 패티 버그(1946년), 캐시 코닐리어스(이상 미국·1956년), 김주연(39·2005년), 전인지(26·2015년) 순이다. 그만큼 그는 생소한 환경 속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에 대해 그는 "버뮤다 잔디는 한국에서 생소하다. 버뮤다도 다른 종자로 느껴졌다. 아이언을 칠 때 바닥에 프레셔가 오는 잔디는 처음이었다. 그런 면에서는 좀 더 정교하게 칠 수 있는 잔디라고 느꼈다. 여기서 연습하면 행복하겠다고 느꼈다"며 "박세리(43) 선수가 1998년 우승하고 한참 뒤에 골프를 시작했다. 내가 시작할 때 그는 LPGA투어 현역 선수로 뛰고 있었다. 골프를 하면서 역사처럼 보고 자랐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많은 기록을 달성했다. 한국 낭자들이 합작한 11번째 US여자오픈 우승이자, 34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또한, LPGA투어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투어 첫 승을 US여자오픈에서 거둔 20번째 선수(7번째 한국 선수)이자, 지난 10년 동안 메이저 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해서 트로피를 거머쥔 세 번째 선수로 기록됐다. 종전 보유자는 2014년 에비앙 챔피언십 김효주(25)와 2019년 AIG 위민스 오픈 시부노 히나코(일본)다.
김아림은 운도 좋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US여자오픈 예선전이 폐지됐다. 이에 USGA는 세계여자골프랭킹(롤렉스랭킹) 출전 자격을 50위 이내에서 75위 이내로 넓혔다. 롤렉스랭킹 94위였던 김아림에게 기회가 닿았고, 극적으로 출전해 우승하게 됐다. 이는 US여자오픈 역사상 가장 낮은 롤렉스랭킹 순위 우승으로 기록됐다.
김아림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LPGA투어 1년(비회원) 시드를 받았다. 10년 동안 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권리는 덤이다. 이에 대해 그는 "미국 진출을 충분히 고려해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김아림은 미국에 가족들(어머니, 오빠)과 동행했다. 한국에 있는 아버지와는 우승 직후 화상 통화를 통해 대화를 나누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내가 잘해서라기 보다는 잘 돼서 우승한 것 같다. 끝까지 밀어준 후원사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 플레이가 누군가에게는 희망과 에너지가 됐으면 좋겠다. 부모님께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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