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스타힐스

[2020 프로스포츠 결산] 잘 넘긴 한 시즌, 이제 다음 시즌으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동훈 기자
입력 2020-12-16 08: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시즌 중단으로 텅 빈 워싱턴 NHL 경기장[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가 창궐하자, 반응이 가장 빨랐던 것은 프로스포츠다. 지난 3월 12일(한국시간)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범유행) 선언 이후 프로스포츠가 도미노처럼 와르르 무너졌다.

◆ 코로나19 창궐로 불 끄고, 문 닫은 경기장

대회나 경기를 개최하면 한 장소에 선수는 물론이고, 관중과 스태프가 적게는 몇백 명, 많게는 몇만 명이 모인다. 한 명이 코로나19에 걸렸다면, 전파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3월 13일부터 말까지 전 세계 신문사 스포츠면에는 '블랙아웃' '셧다운' 등의 단어와 함께 불이 꺼진 경기장 사진이 올라왔다.

당시 '경기장은 야외라서 괜찮지 않나요?'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경기장은 관중의 동선을 고려해서 만들기 때문에 출입구에서 전파될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경기장은 최대한 많은 관중을 유치하기 위해 좌석을 다닥다닥 붙여놨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한 칸을 띄워도 전파될 수 있는 근거리였다.


◆ 프로스포츠, 코로나 이후 새로운 세상 펼쳐져

그때부터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3월부터 12월까지 관중 없는 경기에 익숙해졌다. 국내 프로스포츠는 5월 5일 프로야구 KBO리그 개막을 시작으로, 5월 8일 프로축구 K리그1이 개막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5월 14일 전 세계골프 기구 중에서 가장 먼저 시즌을 시작했다. 덕분에 국내와 외신 등 90개 매체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는 지각 개막했다. KLPGA투어가 개막한 지, 두 달 만인 7월이었다. 프로스포츠가 간신히 개막했지만, 많은 문제가 산재해 있었다. 일단 관중이 없기 때문에 관중 수익이 '0(Zero)'였다. 관중이 없자, 경기장에서 식음을 판매하는 매장들이 하나둘 문을 닫았다. 손님이 강제로 끊기니 임대료를 낼 돈조차 없기 때문이다.
 

KPGA 스킨스게임에서 눈시울을 붉혔던 박상현(左)[사진=연합뉴스]


◆ 올해 말까지 프로스포츠 피해액은 약 2500억원

지난 10월 13일 국정감사에서 윤상현(58·무소속) 의원은 '한국프로스포츠협회'의 조사 자료를 발표했다. 조사 기간은 1월 1일부터 8월 23일까지였다.

해당 자료는 두 가지로 분류됐다. 경기장 내 상업시설의 휴·폐업 현황과 코로나19 이후 7개 프로스포츠연맹 소속 구단에서 발생한 피해액이다.

경기장 내 상업시설 휴·폐업 상황은 심각했다. 9월까지 야구 경기장 내 410개 상업시설 중 94%인 386개 매장이, 축구 경기장 내 104개 매장 중 68%인 89개 매장이 휴업이나 폐업을 결정했다.

피해 액수가 가장 컸던 프로스포츠는 1062억원을 손해 본 프로야구였고, 두 번째는 591억원을 손해 본 프로축구였다. 골프 쪽은 171억원, 그 외 종목은 시즌이 개막하지 않아, 35억원 정도의 손해가 났다.

지금은 국정감사 이후 두 달이 지났다. 당시 윤 의원은 "올해 말까지 피해액은 2500억원이 될 것"이라 예측했다.


◆ 코로나19에도 시즌을 마친 프로스포츠

프로스포츠는 '코로나 블루(우울증)'에도 꿋꿋이 버텨 나갔다. 올해 가장 많이 나온 스포츠 기사 제목 중 하나는 '연기' 혹은 '취소'였다. 그만큼 많은 대회나 경기가 연기되거나, 포기했다.

선수들도 우울증에 걸렸다. 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을 앞두고 치러진 이벤트 매치(KPGA 스킨스게임)에서는 박상현(37)과 문경준(38)이 기자회견장에 참석했다. 당시 그들은 '마이너스 통장'과 '실직자의 마음'을 언급했다. 그리곤 눈시울을 붉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시즌이 무너질 것 같았다. 하지만, 스포츠인들이 '완벽 방역' 등 협동심을 발휘하며 대회와 경기를 이어갔다. 연맹에 소속된 협회들은 시즌을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그 결과, 최종전까지 모두 치렀다. 코로나19 이후라 그런지 더욱 드라마틱했다.

김태훈(35)은 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을 발판으로 제네시스 대상을 확정 지었다. 최혜진(21)은 시즌 마지막 대회(SK텔레콤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시즌 무관의 한을 털었다. 그야말로 벼랑 끝 우승이었다.

프로야구의 주인공은 NC 다이노스였다. 통합 우승으로 'V1'을 기록했다. 김택진 구단주가 9년 동안 '현질'한 끝에 주장 양의지(33·포수)의 손에 집행검이 뽑혔다. '린의지'의 완성이다. 프로축구의 주인공은 전북 현대 모터스였다. 우승을 확정 지은 순간, 이동국(41·공격수)과의 안녕을 고해야 했다.
 

벼랑 끝 우승 직후 눈물을 보인 최혜진[사진=KLPGA 제공]


◆ 이제는 다음 시즌을 준비할 때…'삶의 터전' 지켜야

한 시즌이 끝났다. 현장에서 만나본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한숨을 쉬면서도 "길이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해는 이미 끝났다. 이제 관건은 다음 시즌이다. 프로스포츠가 살아야 선수들의 '삶의 터전'이 지켜진다. 그 어느 때보다 바삐 움직여야 할 때다.

최근 KLPGA투어 선수들이 연말 시상식에서 김상열 KLPGA 회장에 대한 감사함을 표했다. 과한 감사함에 갑론을박(甲論乙駁)이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의 연임을 위해 임원들이 시켰다'며 강춘자(64) KLPGT 공동 대표이사의 장기간 연임에 대한 문제점을 짚었다.

김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이다. 퇴임까지 넉넉히 넉 달이 남았다. 코로나19 창궐은 스포츠 역사상 '1·2차 세계대전'급 임팩트다. 전쟁 같았던 시기에 잘 넘길 수 있게 도와준 현(現) 회장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이것은 국내파뿐만 아니라, 갈 곳을 잃었던 해외파에게도 해당된다. 지금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가 아니라, '삶의 터전'이다.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김아림[AP=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