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부당지원' 대림 재판, "브랜드 개발 주체 공방전"

李, 본인지분 100%였던 계열사임원 증인 세워...무죄 주장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를 받는 대림산업 이해욱 회장이 지난 8월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총수 일가가 소유한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재판에 당시 해당 계열사 임원이 증인으로 출석해 이 회장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5단독(김준혁 판사)은 17일 오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회장과 주식회사 대림산업, 그 자회사 글래드호텔앤리조트에 대한 4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엔 이 회장과 그 아들이 지분 100% 보유했던 APD(Asia Plus Development) 호텔지원팀 소속 A씨가 피고인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개발된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 주체가 대림산업인지, APD인지에 따라 이 회장이 부당한 이익을 취한 여부가 결정된다. 검찰은 APD가 브랜드를 개발할 역량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회장 측은 A씨 증인신문을 통해 APD가 글래드 개발 주체임을 입증해 이 회장이 부당하게 대림산업이 만든 글래드를 APD에 넘긴 것이 아닌 점을 주장하고자 했다.

이 회장 측은 A씨에게 "앞서 공판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직원이 증인으로 출석해, APD는 처음부터 자체 브랜드 개발을 검토한 게 아니라고 증언했는데 어떠냐"고 물었다. 이는 해당 진술을 뒤집기 위한 질의로 풀이된다.

이에 A씨는 "제가 이전에 근무했던 호텔에서 브랜드 수수료가 이슈였다"며 "그래서 투트랙으로 자체브랜드와 해외브랜드가 함께 검토된 것"이라고 답했다.

또 이 회장 측이 '호텔사업 전략방향 보고서'를 제시하며 "건설은 대림산업이, 호텔사업 운영 관련은 APD가 맡고, 관계사끼리 협업한다고 기재돼있는데 맞는가"라고 묻자 A씨 "그렇다"며 "협업을 통한 것이다"고 답했다.

APD가 추진했던 호텔 사업 운영을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이 맡게 된 것에 대한 질의도 했다. A씨는 이에 대해 "군인공제회나 국민연금 등에서 투자하는 호텔 펀드 등을 받기 위해서 신생 회사인 APD보다 오래 호텔사업을 한 오라관광이 맡은 것"이라고 답했다.

이 회장은 2010년 7월 APD 법인을 설립했다. 그는 대림산업이 개발한 브랜드 글래드를 APD에 넘기게 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브랜드를 다시 대림산업 자회사인 오라관광이 사용하게 하는 등 방식으로 본인이 부당한 이익을 얻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그룹 차원에서 오라관광과 APD이 브랜드 사용권 계약을 체결하고 거래를 유지한 것으로 봤다. 오라관광이 2016~2018년 APD에 브랜드 사용 수수료 31억원을 지급한 것은 부당한 이익 제공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5월 오라관광이 APD에 지급한 수수료가 지나치게 많아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해위로 봤다. 그러면서 이 회장 등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과징금 처분과 함께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검찰은 공정거래법상 총수 사익편취 금지 위반으로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