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집값 너무 올랐나...풍납동의 '잠실드림' 13년만에 재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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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0-12-3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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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납동 아파트 주민들 잠실8·9동으로 편입 요구

  • 잠실동 아파트 평당 6000만원 육박하는데 풍납동은 3000만원대

  • 정부의 어설픈 정책 탓에 부동산 희비 엇갈려...서글픈 대한민국 자화상

[사진=저작권자.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서울 송파구 풍납동 주민들이 잠실동으로 편입하기 위해 집단 움직임을 추진 중이다. 풍납동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잠실동으로 이름을 바꿔야 부동산 이미지가 제고된다는 이유다. 그러나 풍납동이 잠실동으로 바뀌더라도 법정동은 그대로 유지된다. 겉모습만 바꾸는 반쪽짜리 개명이라도 부동산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면 가리지 않겠다는 주민들의 의지가 '부동산 공화국'의 씁쓸한 자화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풍납1동, 2동 주민들은 풍납동 소재 아파트 관리소를 주축으로 현재 행정동명인 풍납1동과 풍납2동을 잠실8동과 잠실9동으로 변경해 달라는 내용으로 주민투표를 진행 중이다. 이번 투표는 풍납동에 소재한 아파트 단지와 부녀회를 주축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 아파트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소를 중심으로 비대면 투표를 진행 중인데 벌써 수천명이 찬성의사를 표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면서 "이번에는 기필코 행정동 변경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풍납동 주민들이 행정동 변경을 위해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풍납동은 2007년에도 잠실동으로 편입하기 위해 구청에 집단 민원을 넣고, 관련 사안을 주민투표에 부쳤지만 구청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 동 명칭이 개명되더라도 행정동만 변경되기 때문에 주민등록과 호적, 건축물과 토지대장 등 공문서는 그대로 두고 동사무소 발행용 문서의 직인만 변경된다. 도로 표지판이나 지도 등 공식 명칭도 유지된다. 

송파구는 크게 잠실1~7동과 삼전동, 석촌동, 송파1~2동, 방이1~2동, 오금동, 가락1~2동, 문정1~2동, 거여1~2동, 마천1~2동, 오륜동, 장지동으로 나뉜다. 풍납동과 잠실동은 성내천을 중심으로 나뉘는데, 풍납동은 잠실4·6동과 생활 인프라가 비슷함에도 행정동 명칭 때문에 부동산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게 풍납동 주민들의 생각이다. 부동산 랭킹사이트인 부킹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송파구 풍납동 아파트 평(3.3㎡)당 거래가격은 3393만원으로 잠실동(5605만원)의 약 60% 수준이다.

특히 이번 동 개명 추진은 정부의 어설픈 정책 탓도 크다. 업계에서는 일명 '파크리오' 학습효과로 본다. 잠실4동에 위치한 잠실파크리오 아파트는 법정동은 신천동이지만 행정구역상으로는 잠실4동이다. 실제 입주 13년차인 이 아파트는 최근(12월 25일) 전용 85㎡가 21억4000만원에 거래돼 올 초보다 5억원 이상 올랐다. 반면 풍납동에 위치한 입주 1년차 잠실올림픽공원아이파크 아파트는 신축 프리미엄에도 전용 84㎡ 기준 17억원 선이다.

풍납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파크리오'는 행정동은 잠실4동이지만 법정동은 신천동이라 정부의 잠실동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슈로 올해 부동산 수혜를 가장 많이 본 아파트 단지"라면서 "1년에 3억~5억원씩 아파트 가격이 변동되는데 우리동 주민들도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풍납동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토착민들이 나가고 새로운 분들로 물갈이가 된 단지들이 많다"면서 "잠실8동, 9동 변경 움직임은 새로 동네에 정착하신 젊은 분들이 주축이 돼 추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행정동 명칭을 바꾸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청원도 중요하지만 토착주민들의 의사도 중요하다. 이번 동 개명 추진은 1만 가구에 달하는 아파트 거주민들이 주축이 돼 진행 중이지만, 풍납동에는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거주민 비율이 1대1인 상황이라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송파구 관계자는 "자치구 지명변경기준 편람에 따르면 기존 주민들의 의사도 중요하지만 동 명칭을 변경할 때 풍납동에 오래 거주했고, 이미 이사간 주민들의 의사도 함께 물어 의견을 수렴하게 돼 있다"면서 "특히 풍납동의 경우 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곳인 데다 도시재생지로 지정돼 확보한 문화재 복원 예산 문제도 있기 때문에 잠실동으로 편입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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