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신평사들이 ESG 채권을 인증하는 방법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평가 기준이 마련되면 관련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으로, 장기적으로는 ESG펀드 상품을 넘어 기업 신용등급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ESG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관련 시장도 확대하고 있다. 친환경 분야에 투자하는 국내 ESG 채권 발행 규모는 2018년 1조25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9년에는 25조69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11월 말까지 55조6300억원을 기록해 증가세가 더 가팔라진 상태다.
문제는 탄소배출권 등의 영향으로 전세계 기업들의 친환경적인 요인이 중요해 졌지만, 아직까지 ESG와 관련해 이렇다 할 명확한 기준은 없다는 점이다. 각 업권별로 관련 기준을 마련하는 시도가 이어지는 이유다.
국내 신평사 중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ESG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ESG 평가제도를 준비 중이다. 한신평은 모회사인 무디스가 2016년부터 활용한 ESG인증평가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한신평 관계자는 "ESG 점수가 신용등급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G(지배구조) 요소가 신용등급과 유의한 관계를 보였다"며 "기존 신용평가 과정에는 자체신용도 산정을 위한 기타 고려요소 중에 '경영관리 및 재무정책', '환경·사회, 국가 및 규제 환경' 항목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도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ESG 중 신용위험에 영향을 미치고 있거나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경우 이미 신용등급에 반영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특정 업체에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정도로 중요한 ESG가 발생할 경우 신용도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친환경을 중심으로 하는 ESG 요소가 적용된 펀드로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는 추세"라며 "최근 기업들이 사회책임투자에 대해 과거보다 더 관심이 높아진 만큼 ESG 채권에 대한 트렌드를 분석하고 도입해 나기는 깅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SG와 신용도 상관관계 검증·지표 객관성 확보가 중요
신평사들은 ESG 평가 모델을 확립함에 있어 객관성이 가장 중요한 만큼 속도보다는 충분한 검증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SG를 신용평가요소로 포함시켜야 할 만큼 뚜렷한 상관관계가 검증되지 않고서는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것.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제 신용도는 높은데 ESG 등급은 낮거나, 신용도는 낮은데 ESG 등급은 높은 경우도 많다"며 "ESG가 투자에 주요한 고려요소임은 분명하지만, (ESG를) 신용평가의 명확한 하나의 요소로 규정하는 것은 아직 이른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ESG 관련 지표를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까지 ESG는 대부분 공개자료나 추정되는 내용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료 출처의 일관성과 표준성이 없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ESG 동향을 적극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여력이 상대적으로 큰 대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평가를 받을 여지가 크다"며 "업체별로 일관된 평가기준을 설정하고 관련 지표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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