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발표한 새해 신년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부동산 정책 관련 부분이었다.
문 대통령은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총 8100여자에 달하는 전체 신년사 전문 중 부동산 관련 발언은 단 세 문장이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첫 공식 사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후에도 공식 회의석상에서 집값 안정세 등의 발언으로 부동산 정책 드라이브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왔다.
하지만 정부 출범 이래 총 24차례 이어진 부동산 대책이 번번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자, 결국 1년 만에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6주 연속 30%대이자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정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1.0% 포인트 오른 60.9%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YTN 의뢰)에 따르면 1월 1주차(4~8일) 주간 집계 결과(표본오차 95%, 신뢰 수준 ±2.0% 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전주 대비 1.1% 포인트 하락한 35.5%로 집계됐다.
문 대통령은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도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규제보다는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특별히 공급 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이 주택공급으로의 부동산 정책 기조 전환을 밝히면서, 설 연휴 전으로 예고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주택공급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방송에서 이를 언급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한시적 양도세 완화는 당분간 진행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모두 이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한편, 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1층 중앙로비에서 27분간 진행된 올해 신년사에서 ‘국민’을 제외하고 ‘경제’를 총 29차례로 가장 많이 언급했다. ‘코로나’는 16차례, ‘회복’은 15차례 나왔다. ‘경제’는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가장 많이 등장(17차례)한 단어였다.
올해 국정 분야 중 경제에 얼마나 큰 비중을 뒀는지 알 수 있다. 11차례씩 언급된 ‘위기’와 ‘뉴딜’도 코로나19 위기 극복 의지를 뒷받침하는 데 쓰였다. ‘통합’ 대신 ‘포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암시하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경제 분야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예년에 비중이 높았던 이슈들의 언급 횟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14차례 등장했던 ‘공정’은 올해는 5차례 언급되는 데 그쳤다. ‘평화’도 지난해보다 7차례가 줄어든 6차례 등장했다.
2년 전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 등으로 반전을 모색했으나, 지난해 개성공단 내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남북 대화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진전이 없었던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라는 단어도 올해는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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