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증시가 활황을 이어가면서 간접투자인 펀드보다 직접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11일 금융투자협회와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주식펀드(ETF포함)에서는 15조9762억원이 순유출 했다. 월별로 보면 3월과 10월을 제외하고 자금은 꾸준히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 유출규모가 2조원 내외인 달이 7달에 달한다.
이는 개인 투자자들의 직접투자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BNP파리바자산운용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투자자의 국내주식형펀드 수탁고는 올해 2조8000억원이 감소한 반면 직접 주식투자는 59조원이 증가했다.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형펀드 수탁고는 작년말 11조5000억원에서 올해 8월말 9조9000억원으로 1조6000억원이 감소했다. 하지만 해외주식 직접투자는 11조9000억원에서 28조9000억원으로 17조원이 급증했다. 개인들이 국내외 해외 모두 직접투자로 돌아선 것이다.
일부 자금은 머니마켓펀드(MMF)과 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 자금으로 이동했다. 지수가 급등하면서 주식시장 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도 늘어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 105조8479억원이던 MMF잔고는 지난 11월 19일 160조원을 돌파했으며 12월말 기준 MMF잔액은 125조8998억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CMA 잔고도 작년 1월 2일 52조6096억원에서 65조6372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펀드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유입을 위한 당근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직접투자가 익숙한 투자자들에게 펀드 투자는 불편하며 수익률 역시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펀드 판매 수수료가 높아 이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투자자들의 수수료 부담이 월등히 높다는 게 이유다. 글로벌 독립리서치인 모닝스타가 2019년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국내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투자금액의 1.54%에 달했다 이는 미국(0.59%)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이번 투자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자산운용사에 돌아가는 운용보수와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가 가져가는 판매보수 등을 합친 액수를 자산가중치 비용 비율에 대입해 중간 값을 비교한 결과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가 활성화 될 경우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 높은 판매수수료에 대한 부담도 사라질 뿐더러 복잡한 가입절차도 필요 없다. 또한 펀드 수익률에 대한 의구심도 지울 수 있다.
액티브 ETF는 ETF에 펀드매니저가 더해진 것으로 보면 이해하기 쉽다. ETF의 경우 그간 일정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들로 이뤄졌으나 지난해 한국거래소는 인공지능(AI)가 종목을 선별하는 ETF출시를 허가했고, 올해부터는 사람이 직접 ETF에 담을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상품도 허가한 상태다.
BNP파리바자산운용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크레프트 테크놀로지 등 국내·외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시장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ETF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짧은 트랙레코드로 규모의 성장이 뚜렷하지 않지만 초과성과를 시현하는 ETF에 대한 관심도는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전문인력이 직접 운용하는 액티브 ETF가 대중화 될 경우 침체된 공모펀드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그간 펀드 투자의 장벽이었던 투자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고, 수수료 등 비용문제도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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