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공식 취임함으로써 한반도 정세도 전환기에 돌입했다.
과거 우리 정부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하고 협력해온 경험이 있는 미국 민주당 행정부 출범이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멈춘 한반도 비핵화 시계를 다시 움직이게 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정부와 ‘코드’가 맞는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실현 가능성을 낙관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여전하다고 평가하며, ‘싱가포르 합의’를 이어가면서 북·미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는 19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대북정책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으로, 문 대통령이 ‘북·미 대화는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발언과 상반된다는 지적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합의 계승’ 언급에 아쉬움을 표하며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싱가포르 합의 계승을 언급했다. 하지 않아도 될 발언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합의 계승’은 출범도 하지 않은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실패한 정책을 수용하라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북한 문제가 아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양극화 극복 등을 제시했다. 미국 국무부 장관과 부장관을 모두 한반도 전문가이자 북한통(通) 인사로 지정하긴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북정책은 안갯속이다.
북한 역시 국내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북한은 지난 12일 역대 둘째로 장기간 진행한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경제 문제를 주로 다루며 내부 결속 다지기에 매진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해도 당분간 한반도 정세의 큰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박 교수도 미국의 대북정책 수립 기간이 6개월에서 1년이 될 수 있다고 보며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박 교수는 북한이 당 대회에서 비핵화 언급 없이 미국을 최대의 주적이라고 표현하고 핵 역량 강화를 천명,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메시지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기는 3월 한·미연합훈련으로 언급했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빌미로 무력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의 무력도발은 출범 초기인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운용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대북정책 수립에 속도를 내 이를 사전에 막으려고 할 거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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