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의혹을 받는 한동훈 검사장은 정말 결백이 밝혀진 걸까? 정말, 결백이 드러났는데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독단적으로 사건종결을 미루고 있는 걸까?
최근 유력 보수성향 신문들은 앞다퉈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단독기사'를 쏟아냈다. 심지어 검찰 내부의 내밀한 움직임까지 공개하며 이 지검장을 '공공의 적'이자 편파·정치검사로 몰아 세우기도 했다.
시차를 두고 각각 다른 날, 다른 매체에서 다뤘지만 이 사안을 다룬 기사들의 요지는 엇비슷하다. '검언유착' 수사팀 검사들이 입을 맞춰 "한동훈 결백說"을 결론으로 내세웠는데, 오로지 이 지검장만 홀로 버티고 있다는 식이다.
'100여쪽에 달하는 보고서'와 '5명의 수사팀 검사 전원'을 거론한 것도 모자라 최성필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도 수사팀 의견에 힘을 보탰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주경제에서는 추가취재를 통해, 이들 매체들이 '단독'을 자처하며 수일에 걸쳐 반복게재한 기사들의 사실(팩트)관계를 '체크'해 봤다.
한동훈 무혐의... 이성윤 '나홀로 반대'??
몇몇 유력지들의 보도에 따르면, 검언유착 수사팀은 물론 담당 부장검사와 결재를 맡은 최 차장검사도 '한동훈 결백설'에 힘을 실은 것으로 돼 있다. 생각이 다른 것은 오직 이 지검장 뿐. 이 지검장은 100여쪽에 달하는 수사팀의 보고서를 받고서도 결론을 미루고 있는 것처럼 보도됐다.
하지만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한동훈 결백설(說)'에 대해서는 중앙지검 내에서도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아이폰11)에 대한 포렌식도 하지 못한 상태인데, 어떻게 결론을 내리냐는 것.
일부 언론에서 '결백설'에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진 최 차장검사도 '포렌식부터 해야 한다'는 견해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최 차장검사 측은 직접적인 언급은 회피하면서도 '先 포렌식, 後 결론' 입장을 부인하지 않았다.
"포렌식 없는 무혐의 결론... 말이 되나"
지난 20일 오후 4시, '검언유착' 수사팀 검사 5명은 서울중앙지검장실을 급습, "당장 '한동훈 무혐의'로 검언유착 사건을 종결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 지난 18일에 이어 두번째였다.
중앙지검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당시 이 지검장은 치과치료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자마자 이들을 맞딱뜨렸다. 창졸간에 '급습'을 당한 이 검사장은 변필건 부장검사와 부부장검사까지 모두 검사장실로 불러들인 뒤, "포렌식이 안 된 상태에서 종결은 힘들다"라고 못 박는다.
수사팀 검사들은 이에 변변한 반박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아이폰을 압수해 올때 법원에 '포렌식을 하겠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는데, 어떻게 포렌식도 없이 무혐의 결론을 내리겠냐"라는 이 지검장의 지적을 뒤집을 논리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 검사장 휴대전화는 검언유착 사건 핵심증거로, 압수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한 검사장이 협조하지 않을 뿐더러,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에서 포렌식 진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게 그 이유로 알려졌다.
법조계도 대체로 이 지검장의 시각에 동의하는 견해가 다수다.
서기호 변호사(법무법인 상록)는 "한동훈 검사장 휴대전화 포렌식을 진행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것은 사실상 검사들의 '직무유기'라고 봐도 틀리지 않다"고 꼬집었다.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인데, 현재까지 아무것도 안 나왔다고 수사를 종결시켰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허윤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도 "포렌식 없는 수사 종결은 안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은 휴대폰에 들어있는 정보가 확보할 수 있는 핵심정보의 대부분"이라며 "감추고 싶은 정보가 다 거기에 들어있어서 포렌식 없이 수사를 종결하면 비난은 피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기록 100여쪽??? 실제 기록은 1만여쪽 분량
이 지검장이 100여쪽 분량의 보고서를 1개월 동안 뭉갰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검언유착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에 올린 보고서는 1만쪽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100쪽은 전체 보고서의 요약본이고, 실제 전체기록은 1만쪽을 훌쩍 넘어선다. 이는 법학도의 기본 수험서인 '헌법학 원론'(1000여쪽)의 10배, '민법총칙'(500쪽)의 20배에 달한다. 헌법과 민법(총칙, 물권, 채권, 가족) , 형법(각칙, 총칙), 행정법 등 주요과목 기본서를 모두 합친 분량과 비슷하다.
한 검찰관계자는 "보고서가 올라온 직후부터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료를 다 읽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이제 기록을 1회독(回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해 12월 하순 경 수사팀이 '1만여쪽 보고서'를 제출한 직후, 이 지검장은 최 차장검사에게 검토를 지시했다. 최 차장검사 역시 "포렌식 없이 무혐의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에서 최 차장검사도 수사팀과 같이 '한동훈 무혐의설'에 동의하는 것처럼 전하고 있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최 차장검사는 직접 언급을 피하면서 '先 포렌식, 後 결론' 입장을 부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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