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 고객돈이 예산인가”... 文정부의 ‘금융당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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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근 기자
입력 2021-01-2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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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사진=아주경제DB]

[데일리동방] "이익공유제도 모자라 이제는 주주 배당까지 틀어쥐려 하네. 은행 돈은 엄연히 주주와 고객 것인데 정부 마음대로 쓰겠다는 발상에 정말 기가 찬다."

오랜만에 점심 자리에서 만난 한 은행인은 자리에 앉기 무섭게 정치권을 욕하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육두문자 추임새도 들렸다. 도를 넘는 관치(官治)금융이 한국의 금융 경쟁력을 망치고 있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앞서 여당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시국에 가장 큰 이익을 봤다며 이익공유제를 시행할 시범케이스로 은행권을 지목했다. 금융위원회도 은행들이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배당할 것을 권고했다. 이익공유제는 사회적 이익 창출이라는 미명 하에, 배당 자제는 코로나발 불확실성을 근거로 제시됐다.

거대 여당을 중심으로 이익공유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월 임시국회에서 이익공유제를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은행에는 대놓고 코로나 특별대출 상환 유예를 재연장하고 금리도 깎아주라고 압박했다. 여기에 사회적 책임 채권 발행과 사회연대기금 조성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 모든 정책을 추진할 비용은 고스란히 은행의 몫이다.

자리를 함께 한 은행인은 정부가 전달한 메시지는 사실상 반강제적 통보라며 '까라면 까라'는 식의 구태가 현 정권에서 최고치에 달했다고 토로했다. 현재도 정부의 압박에 새희망홀씨 대출, 청년창업재단·지역신용보증재단 출연, 착한 임대인 운동 등을 시행하며 매년 수천억원을 쓰고 있는데, 은행들은 이익공유제 관련 상생협력기금에도 끌려갈 판이 됐다고 아우성이다.

배당 성향을 낮추라는 당국의 압박은 은행권에 쌓인 불만이 폭발하는 발화점이 됐다. 지난해 25~27%였던 국내 금융그룹의 배당 성향을 올해 6월까지 최대 7%포인트 낮추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일부 은행의 자본 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정부의 배당 자제 권고에 당장 외국인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올 초부터 19일까지 외국인이 사들은 4대 금융그룹(신한·KB·하나·우리) 주식은 총 5620억원에 달했지만 이날을 기점으로 매수세가 확연이 꺾여 이후 닷새간 외국인 순매수는 650억원 규모에 그쳤다. 공교롭게도 이달 19일은 민주당이 "이자를 꼬박꼬박 받아 가는 금융업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최대 이익을 보고 있다"고 지적한 날이기도 하다.

외국인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금융지주 구조상, 장기투자 목적을 가진 해외 투자자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사상 최고치의 코스피 경신 소식이 연일 들리지만 금융주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의 관치금융 행태까지 잇따르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혀를 찰 뿐이다.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모습에 투자자의 항의도 빗발치고 있다. 최근 은행 투자관리 부서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문의전화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녹음기를 켠 듯 하나같이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문제 삼고 있다고 했다. 주식을 팔겠다며 불만을 쏟아내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담당자들은 앵무새처럼 "I'm Sorry"만 반복하고 있다.

식사를 마치고 은행인이 건넨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잖아, 그치?"라는 한마디가 귓전을 울렸다.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주창한 '과정의 공정성'을 금융권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코로나 국난 극복이라는 명분으로 정부가 앞장서 금융의 룰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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