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대기업보다 연봉 낮던 게임 업계, 넥슨 발 새바람 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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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정석준 기자
입력 2021-02-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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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과급 위주 게임 업계, 초봉은 대기업보다 최고 1400만원 낮아

  • 넥슨 신입 초봉 평균 4750만원···임직원 연봉도 800만원 올려

  • 이직률 높은 게임 업계, 인센티브·연봉에 복지로 인재 잡는다

동급 대기업 대비 낮은 연봉을 책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인센티브로 보강하던 게임 업계가 기본 연봉 인상이라는 실험에 나선다. 연봉 인상을 위해 잦은 이직을 택하던 업계 관행을 바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올해부터 신입 사원을 포함한 모든 직원의 연봉을 일괄적으로 800만원 올린다. 이에 대졸 신입의 초봉은 평균 4750만원(개발 직군 5000만원·비개발 직군 4500만원)으로 올라간다. 과거 개발 직군 초봉은 4200만원, 비개발 직군은 3800만원 수준이었다. 초봉이 약 20% 오른 셈이다.
 

[사진=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게임 업계는 비슷한 매출을 거두는 대기업과 비교해 연봉이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기업정보사이트 ‘크레딧잡’에 따르면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국내 3대 게임 업체(3N)의 대졸 초임은 평균 3805만원·3709만원·3650만원으로 추정된다.

반면 3N과 자산‧매출 규모가 비슷한 대기업 A·B·C의 초봉은 대졸 초임 기준 평균 4173만원‧4770만원‧5065만원으로 집계됐다. 3N과 비교해 약 300만~1400만원의 차이가 있다. 중견·중소 게임 업체로 내려가면 그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진다.

승진하면 대기업과 격차는 더 벌어진다.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는 과장 직급 기준 평균 5708만원·5787만원·5386만원으로 조사됐다. 반면 대기업 A·B·C의 과장급 연봉은 6221만원·6985만원·6976만원이다. 약 500만~1600만원의 격차가 있다.

이러한 차이는 업무가 게임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고, 프로젝트의 성패에 따라 대규모의 인센티브를 받는 게임 업계의 보상 관행에서 비롯됐다. 기초 연봉을 낮게 책정하고 대신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많은 인센티브를 지급함으로써 동기부여를 해왔다.

예를 들어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이 흥행하자 본사와 자회사 임직원 3500여명에게 월급 100%를 보너스로 지급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M' 흥행 이후 모든 직원에게 특별격려금 300만원을, 개발팀에는 월급의 50~200%를 보너스로 줬다. 블루홀도 '배틀그라운드'의 초기 개발자에는 10억~50억원, 게임 출시 후 입사자에는 평균 3000만원 인센티브를 부여한 바 있다.

이러한 보상 시스템은 직원에게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익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기본급만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에는 게임사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모바일 게임의 수명이 짧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연봉을 인상하면 프로젝트 실패에 따른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많은 게임 업계 종사자가 높이기 위해 높은 연봉을 약속하는 다른 회사를 찾아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이직이 잦은 만큼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 핵심 인재 이탈도 함께 문제로 제기됐다.
 

[사진=아주경제DB]


이런 상황에서 넥슨이 게임 업계의 보상 구조를 바꿈으로써 인재 이탈을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넥슨은 지난 2019년 창업자인 김정주 NXC회장의 회사 매각 추진과 잇따른 신작 게임 프로젝트 실패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V4를 필두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바람의 나라: 연 등을 성공시키며 PC에 이어 모바일에서도 입지를 굳게 다졌다.

넥슨은 지난해 3분기 매출 8448억원, 영업이익 2936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2조5323억원으로,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역대 최대 성과를 낸 만큼 연봉 인상을 요구하는 직원의 목소리도 커졌다.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는 연초 신년사를 통해 "새해 연봉 많이 받아봅시다"라는 메시지를 냈다.

이에 넥슨은 인센티브 지급 대신 연봉 상승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이정헌 넥슨 대표이사는 "일회성 격려보다는 체계적인 연봉인상을 통해 인재 경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넥슨의 연봉 인상을 계기로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게임 업계 인재 쟁탈전도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9 소프트웨어 산업 실태조사’ 결과 게임 계열 기업이 채용과정에서 느끼는 애로사항 1순위는 2년 연속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력 부족’이었다. 인센티브 지급과 연봉 인상 등으로 만족스러운 금전 보상을 제공하게 된 만큼 다음에는 '크런치 모드(게임 완성을 위해 평균 근무시간을 늘리는 행위)' 최소화 등 업무 환경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넥슨의 행보는 그동안 인센티브, 위로금, 고가 제품 등을 지급해 연봉 인상을 요구하는 직원들의 불만을 일시적으로 잠재우던 업계 관행을 깨고 기본 연봉 자체를 올리는 것으로 보상 체계를 변경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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