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도봉구에 빌라를 소유하고 있는 A씨는 고민이 많다. 가지고 있는 빌라가 2년째 팔리지 않아 직거래 사이트에 매물을 내놨는데 올리자마자 10여 곳의 컨설팅 업체에서 팔아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A씨가 내놓은 금액보다 2000만~5000만원 더 높은 금액에 전세를 놓는 조건으로, 별도의 중개수수료 없이 매매가를 초과한 금액은 컨설팅업체가 가져가는 방식이다. 그의 처지에서 손해 볼 것 없는 장사지만 세입자에게 책임을 지운다는 찜찜함 때문에 매도를 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공공재개발 이슈로 빌라 매수 수요가 높아진 틈을 타 '빌라 컨설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빌라는 시세파악이 어렵고, 전세대출이 보증금의 80%까지 가능하다는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소유자는 수년째 팔리지 않은 빌라를 빠르게 처분할 수 있고, 컨설팅 업체는 높은 수수료를 챙겨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짬짜미' 거래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빌라 매매시장에서 컨설팅을 통해 전세 보증금을 매매가보다 부풀려서 계약하는 빌라업계약이 횡행하고 있다. 지역 부동산에서 컨설팅 업체와 연계하거나 집주인들이 직접 컨설팅업체를 소개받아 '매매가격+컨설팅비용=전셋값'으로 집값을 설계해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되파는 방식이다. 부동산 직거래 사이트나 직방, 다방처럼 부동산 중개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이 같은 계약은 더 활발해지는 추세다.
컨설팅업계는 공공재개발 이슈로 빌라 시장이 붐을 탄 현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A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매매가가 1억원인 빌라를 1억3000만원에 전세로 내놓고, 세입자를 먼저 구한 뒤 매수자를 찾는 방식"이라며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우선 직원들 명의로 돌려놓는데 전세금은 대출할 수 있어서 계속 올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팔아달라는 사람도, 전세를 구해달라는 사람도 많다"면서 "전세반환금보증제도를 활용하면 세입자 피해도 없어서 사기라는 말보다는 컨설팅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장에선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빌라 전세금이 매맷값을 넘거나 매매가와 비슷해지자 무갭투자자들이 한 지역에서 한꺼번에 수십, 수백 채씩 매입하면서 시세가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세차익이 크지 않은 빌라는 여러 가구에 투자해야 임대료를 올릴 때 돌아오는 수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다방에 따르면 서울의 지난달 투·스리룸(전용면적 60㎡ 이하) 월세는 86만원으로 전년(70만원)대비 22.9%나 올랐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순가중개계약 거래를 알선한 중개인은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는 만큼 명백한 불법"이라면서 "매도자들도 당장은 이익일 수 있지만 향후 문제가 생기면 세입자로부터 사기죄로 고발이 될 수도 있고 궁극적으로는 부동산 시세 조작, 주거 불안정성 강화, 깡통주택 등의 직간접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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