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일제·군사독재 어두운 역사' 남산예장자락 115년만에 시민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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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1-02-0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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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肉)국으로 불릴만큼 고문 심했던 중앙정보 6국터

  • 아픈역사 현장을 느끼고 기억할 수 있는 공간

"어두운 역사도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

남산예장자락 공원 조성을 총괄한 서해성 서울 역사재생 총감독은 3일 이처럼 말하며 "예장자락은 115년 만에 시민에게 공개된다. 이번 사업 가장 큰 목적은 '남산의 광복'이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약 5년 전부터 남산예장자락을 재생하는 사업을 진행해왔다. 예장자락은 역사적 아픔이 있는 곳으로 상처를 드러내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에 사업 중점을 뒀다. 과거 고문 등 군사독재시절 공포의 대상인 중앙정보부 6국 건물이 있었고 더 이전에는 조선총독부 관사가 있었다.
 

[사진=신동근 기자, sdk6425@ajunews.com]



중앙정보부 6국은 고문과 강업 취조가 진행, 한자 고기 육자를 써 '육(肉)국'이라고 불릴 만큼 무시무시한 인권 침해가 있던 곳이었다.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은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이 있었던 곳도 여기다.

'기억6 메모리얼관' 이라고 이름 붙여진 건물에는 고문이 이뤄졌던 지하실을 창문 하나까지 그대로 재현해 뒀다. 서 총감독은 "열 분 정도 되는 민청학련 사건 피해자분들을 모시고 이곳에 방문했을 당시 대부분은 지금도 두려움에 떨며 지하실에 방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문이 이뤄졌던 증앙정보부 6국 지하실을 복원한 모습[사진=신동근 기자, sdk6425@ajunews.com]


기억6은 우체통 모양으로 건설됐다. 이곳은 지금까지 있었던 역사에 편지를 보내고 역사에 말을 건다는 의미가 있다.

기억6 앞은 조선총독부 관사가 있던 곳이다. 재생사업 도중 발견했다. 서울시는 이 터를 그대로 살려두는 방식으로 '유구터'를 만들었다. 역사적 의미를 가진 유물이지만 앞을 막아두거나 하지 않고 이용객들이 의자로 쓰는 등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유구터 근처에는 앞서 김영삼 전 대통령 당시 폭파된 조선총독부 건물 잔해를 전시해두기도 했다.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나아가겠다는 취지로 독립기념관에서 가져왔다.

유구터에서 길을 따라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공원하부로 내려오면 큰 소나무가 있다. 전북 고창에서 가져온 이 소나무는 애국가에 나오는 '남산 위에 저 소나무'라고 이름을 붙였다. 독립운동가가 나라를 찾으려는 간절함으로 불렀던 애국가 한 구절로 나무 이름을 지어 애국정신을 기리고자 한 것이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사진=신동근 기자, sdk6425@ajunews.com]


그 길을 따라 이동하면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을 기념하는 공간이 나온다.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안에는 '테라코타' 3000여개가 천장에 매달려있다. 신흥무관학교 졸업생 3000여명을 기리는 조형물이다. 우당 이회영 선생은 후에 신흥무관학교가 되는 신흥강습소 건립에 참여했다.

현재 서울시는 신흥무관학교 졸업생을 약 450여명 파악하고 있다. 앞으로 모두 파악해 기리겠다는 약속을 다짐하는 조형물이라고 설명했다.
 

천정에 매달린 신흥무관학교 졸업생을 기리는 테라코타들. [사진=신동근 기자, sdk6425@ajunews.com]



이날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남산예장자락 재생사업은 장소성과 역사성 회복에 중점을 둬 시민들이 휴식하며 아픈역사 현장을 느끼고 기억할 수 있도록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며 "115년만에 남산 예장자락을 시민들에게 돌려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남산예장자락은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 시절을 거치며 옛 모습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한 세기 넘도록 일반 시민들 접근이 차단돼온 곳이다. 도시재생을 통해 재구성된 남산예장자락은 크게 녹지공원과 녹지공원 하부 지하공간 두 개 공간으로 조성됐다. 

예장자락 상부는 훼손됐던 원형과 녹지경관의 회복을 진행했다. 1만3036㎡ 면적을 가진 녹지공원이 됐으며 이미 지난달 1일 문을 열었다. 지하공간인 '우당 기념관'은 오는 5월 개관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녹지공원에는 남산 고유수종인 소나무를 비롯해 18종 교목 1642주, 사철나무 외 31종 관목 6만2033주 등 다양한 나무를 심었다"며 "건너편 명동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는 서울 야경을 즐기는 명소이자 포토존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명동일대를 볼 수 있는 전망대. 저멀리 국가인권위원회가 위치한 빌딩도 눈에 들어온다. [사진=신동근 기자, sdk6425@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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