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독립 계획 물거품 안갯속…공공기관 지정 역풍에 국회 독립안 제출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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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자
입력 2021-02-0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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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기관 지정 피했지만 금융위 감독 권한 강화

금융감독원이 추진하는 금융감독 독립이 물거품 위기를 맞고 있다. 자체 독립을 포함한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안 마련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아주경제DB]

일각에서는 금감원 독립에 부정적인 금융위원회의 통제 권한이 강화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논란을 활용해 금감원의 통제를 강화하면서, 금감원 입장에서는 지금보다 금융위 눈치를 더 봐야하는 입장이 됐기 때문이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 기획조정국(기조국)이 관련 연구가 한 달간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달 초 기조국에 국내·외 금융감독체계에 대한 자료조사와 연구, 관련 법령 검토 등을 지시했다. 이어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은 물론 금감원 독립의 세부 방안들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여기에 관련 연구를 전담하는 조직문화혁신팀의 팀장 역시 현재 공석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9일 내부 조직인사로 외부에 파견 보낸 후 새 팀장을 인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금융위와 갈등을 표면화하면서 빠르게 독립안 마련을 추진했던 지난해와는 다른 행보다. 윤 원장은 지난 10월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모펀드 사태 책임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금융위에 예속된 구조가 문제"라며 "금감원이 예산과 금융감독에 대한 독립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금감원은 윤 원장의 발언 이후 조직과 예산 독립을 위한 방안을 당초 올해 초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었다.
 
금감원이 독립안 마련에 소극적으로 변한 데에는 공공기관 지정 논란 이후 금융위의 입김이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금융위에 금감원을 준정부기관으로 지정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금융위는 이후 의견제출 기한을 앞둔 지난달 중순에서야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 입장을 냈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그간 추진하던 예산과 금융감독 등의 독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최대 300% 성과급 차이가 발생하고 낮은 평가를 받은 기관장은 경고조치를 받게 된다. 기존에 금융위의 경영평가만 받으면 됐던 금감원 입장에서는 협의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금융위의 반대로 금감원은 공공기관 지정을 피했지만, 금융위의 조직 통제는 강화됐다. 금융위는 앞으로 금감원의 활동 평가와 관련한 정량평가 비중을 30%대에서 40%까지 올려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어 금감원은 금융위의 감독 아래 매년 고객만족도 조사도 공공기관 수준으로 실시하고, 해외사무소를 줄여야 한다. 2023년까지 3급 이상 직원 비율을 2023년까지 35%로 감축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가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 기재부에 바로 입장을 전달하지 않다가 기한 시일에 갑자기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며 "이는 지난 2019년 공공기관 지정 논란 당시 금융위가 곧바로 기재부에 반대입장을 낸 것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위가 시일이 임박해 공공기관 지정 반대 입장을 낸 것은 금감원을 통제하기 위함으로 보인다"며 "최근 금융위의 통제를 벗어나려 한 금감원 입장에서는 오히려 금융위의 입김이 강화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윤 원장이 금감원 독립을 강하게 밀어붙이다 오히려 상위 기관인 금융위의 감독 권한을 강화하게 됐기 때문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공공기관 지정을 피하며 치르게 된 대가가 만만치 않다"며 "3급 이상 상위직급의 비중을 더 줄이게 될 경우 승진 적체가 불가피해 내부 불만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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