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0만t이나 배출되는 플라스틱 페트병 쓰레기(폐페트병) 재활용 및 순환경제 구축을 위해 정부와 주요 기업이 힘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구체적 실행 방안을 위한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SK그룹, SM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은 폐페트병 재활용 비중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한편, 순환경제 동참을 통한 사회적 가치를 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4일 한정애 신임 환경부 장관은 폐페트병 재활용에 힘쓰고 있는 SM그룹 산하의 화학섬유 제조기업 티케이케미칼 공장을 방문했다. 현장에서 한 장관은 "올해가 순환경제 실현을 위한 핵심 원년이 되도록 재생원료의 안정적 수요와 공급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폐페트병 배출량은 30만1829t에 달한다. 지난해 배출량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플라스틱 용기 사용이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추세라면 국내 쓰레기장이 조만간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정부, 폐페트병 품질 높인다··· '분리배출제도' 도입
페트병은 폐플라스틱 중에서는 가장 활용도가 높은 폐기물로 꼽힌다. 섬유화 등이 용이해 시트지, 솜, 노끈 등으로 재활용하기 쉽다. 실제 2019년 기준 쓰레기 배출량의 81.16%에 달하는 24만4936t이 재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시트지 이상 고급 제품으로 재활용되는 규모는 배출량의 10%에 미달하는 2만9000t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70% 이상이 저품질 솜이나 노끈 등으로 재가공됐다가 다시 쓰레기장으로 돌아오는 상황이다. 의류용 섬유나 식품 포장 용기 등으로 재가공할 수 있는 최상급 폐페트병은 일본 등지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국내에서 고급 제품으로의 재활용이 미진한 이유는 배출방식 때문이다. 투명한 페트병 등을 별도로 선별해야 하는데, 지금은 뚜껑이나 라벨 등을 일거에 수거하고 있어 폐페트병에 이물질 함유량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국내 폐페트병 재활용 제품은 저품질이라는 인식이 만연해졌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폐페트병 재활용 제품이 저품질이라는 이유로 식료품을 포장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폐페트별 재활용 부문이 발전하기 어려운 상황이 굳어져 쓰레기만 축적돼온 셈이다.
다만 뒤늦게라도 정부가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유럽·일본과 유사한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제도'를 도입했다. 우선 전국 공동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을 시작해 폐페트병 재활용 제품 고급화에 첫걸음을 뗀 것이다.
환경부는 해당 제도를 강화해 내년에는 전체 배출 폐페트병의 30%를 의류용 섬유 등으로 가공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상급 폐페트병 배출량을 연간 10만t까지 늘려 순환경제 구축에 힘을 보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폐페트병 재활용 제품 시장이 약 4200억원 규모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M그룹·SK종합화학 등 주요기업 순환경제 구축에 속속 합류
정부의 제도 개선에 맞춰 기업들이 일제히 폐페트병 재활용에 참여하면서 순환경제 구축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최근 재계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주목받으면서 폐페트병 재활용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 폐페트병 재활용의 포문은 티케이케미칼이 열었다. 티케이케미칼은 환경부보다 앞서 2019년 10월 국내 대표 생수 기업인 스파클과 '리사이클 PET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순환경제 구축에 앞장섰다.
이후 스파클이 수거한 투명 페트병을 공급하면 티케이케미칼은 이를 활용해 친환경 리사이클 칩 또는 장섬유를 생산해오고 있다. 국산 재생 플라스틱 칩으로는 생산이 불가능해 모두 수입산에 의존해 온 리사이클 장섬유를 국내 처음으로 생산할 수 있게 돼 쓰레기 배출량은 물론 기존 원사 생산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는 대다수 대기업이 연초부터 순환경제 구축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14일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R&D)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2020년 4분기 실적발표회(IR)'에서 "올해 생분해성재생 플라스틱 부문을 집중 육성하고자 한다"고 이야기했다. LG화학은 지난해 바이오 원료로 친환경 플라스틱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SK종합화학은 지난달 28일 미국의 브라이트마크((Brightmark)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의 국내 첫 상용화 및 설비 투자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브라이트마크는 폐플라스틱과 같은 폐자원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폐자원으로부터 재생연료, 천연가스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SK종합화학은 대규모 열분해 기술을 도입하면, 다양한 소재가 혼합된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중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날 SK종합화학은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와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과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MOU를 맺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SK종합화학과 워커힐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플라스틱 사용량 저감뿐 아니라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재활용 소재 개발과 활용, 웨이스트(Waste) 플라스틱 수거 등 플라스틱 생태계 조성을 위해 상호협력할 것에 합의했다.
지난달 말 효성티앤씨도 서울시 및 금천·영등포·강남구와 투명 폐페트병을 분리 수거해 재활용 섬유로 생산하는 '리젠서울(regen®seoul)'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MOU를 체결했다.
앞으로 서울시 등이 투명 폐플라스틱병의 별도 배출을 유인하고 분리수거하면, 효성티앤씨가 이를 재활용 폴리에스터 섬유인 리젠서울로 탈바꿈하는 방식이다. 해당 섬유는 효성티앤씨와 상생협력 관계에 있는 친환경 패션스타트업 브랜드가 친환경 가방과 의류 제작에 활용할 예정이다.
GS칼텍스도 아모레퍼시픽과 폐플라스틱 공병을 재활용하기 위한 MOU를 체결했다. GS칼텍스는 이번 협약을 통해 매년 아모레퍼시픽 플라스틱 공병 100t을 친환경 복합수지로 재활용하고, 이를 화장품 용기 등에 적용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친환경 제품·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와 사회 전체의 관심이 커지면서 주요 기업이 순환경제 구축에 합류하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폐페트병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4일 한정애 신임 환경부 장관은 폐페트병 재활용에 힘쓰고 있는 SM그룹 산하의 화학섬유 제조기업 티케이케미칼 공장을 방문했다. 현장에서 한 장관은 "올해가 순환경제 실현을 위한 핵심 원년이 되도록 재생원료의 안정적 수요와 공급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폐페트병 배출량은 30만1829t에 달한다. 지난해 배출량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플라스틱 용기 사용이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추세라면 국내 쓰레기장이 조만간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정부, 폐페트병 품질 높인다··· '분리배출제도' 도입
그러나 시트지 이상 고급 제품으로 재활용되는 규모는 배출량의 10%에 미달하는 2만9000t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70% 이상이 저품질 솜이나 노끈 등으로 재가공됐다가 다시 쓰레기장으로 돌아오는 상황이다. 의류용 섬유나 식품 포장 용기 등으로 재가공할 수 있는 최상급 폐페트병은 일본 등지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국내에서 고급 제품으로의 재활용이 미진한 이유는 배출방식 때문이다. 투명한 페트병 등을 별도로 선별해야 하는데, 지금은 뚜껑이나 라벨 등을 일거에 수거하고 있어 폐페트병에 이물질 함유량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국내 폐페트병 재활용 제품은 저품질이라는 인식이 만연해졌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폐페트병 재활용 제품이 저품질이라는 이유로 식료품을 포장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폐페트별 재활용 부문이 발전하기 어려운 상황이 굳어져 쓰레기만 축적돼온 셈이다.
다만 뒤늦게라도 정부가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유럽·일본과 유사한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제도'를 도입했다. 우선 전국 공동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을 시작해 폐페트병 재활용 제품 고급화에 첫걸음을 뗀 것이다.
환경부는 해당 제도를 강화해 내년에는 전체 배출 폐페트병의 30%를 의류용 섬유 등으로 가공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상급 폐페트병 배출량을 연간 10만t까지 늘려 순환경제 구축에 힘을 보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폐페트병 재활용 제품 시장이 약 4200억원 규모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M그룹·SK종합화학 등 주요기업 순환경제 구축에 속속 합류
정부의 제도 개선에 맞춰 기업들이 일제히 폐페트병 재활용에 참여하면서 순환경제 구축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최근 재계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주목받으면서 폐페트병 재활용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 폐페트병 재활용의 포문은 티케이케미칼이 열었다. 티케이케미칼은 환경부보다 앞서 2019년 10월 국내 대표 생수 기업인 스파클과 '리사이클 PET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순환경제 구축에 앞장섰다.
이후 스파클이 수거한 투명 페트병을 공급하면 티케이케미칼은 이를 활용해 친환경 리사이클 칩 또는 장섬유를 생산해오고 있다. 국산 재생 플라스틱 칩으로는 생산이 불가능해 모두 수입산에 의존해 온 리사이클 장섬유를 국내 처음으로 생산할 수 있게 돼 쓰레기 배출량은 물론 기존 원사 생산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는 대다수 대기업이 연초부터 순환경제 구축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14일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R&D)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2020년 4분기 실적발표회(IR)'에서 "올해 생분해성재생 플라스틱 부문을 집중 육성하고자 한다"고 이야기했다. LG화학은 지난해 바이오 원료로 친환경 플라스틱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SK종합화학은 지난달 28일 미국의 브라이트마크((Brightmark)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의 국내 첫 상용화 및 설비 투자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브라이트마크는 폐플라스틱과 같은 폐자원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폐자원으로부터 재생연료, 천연가스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SK종합화학은 대규모 열분해 기술을 도입하면, 다양한 소재가 혼합된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중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날 SK종합화학은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와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과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MOU를 맺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SK종합화학과 워커힐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플라스틱 사용량 저감뿐 아니라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재활용 소재 개발과 활용, 웨이스트(Waste) 플라스틱 수거 등 플라스틱 생태계 조성을 위해 상호협력할 것에 합의했다.
지난달 말 효성티앤씨도 서울시 및 금천·영등포·강남구와 투명 폐페트병을 분리 수거해 재활용 섬유로 생산하는 '리젠서울(regen®seoul)'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MOU를 체결했다.
앞으로 서울시 등이 투명 폐플라스틱병의 별도 배출을 유인하고 분리수거하면, 효성티앤씨가 이를 재활용 폴리에스터 섬유인 리젠서울로 탈바꿈하는 방식이다. 해당 섬유는 효성티앤씨와 상생협력 관계에 있는 친환경 패션스타트업 브랜드가 친환경 가방과 의류 제작에 활용할 예정이다.
GS칼텍스도 아모레퍼시픽과 폐플라스틱 공병을 재활용하기 위한 MOU를 체결했다. GS칼텍스는 이번 협약을 통해 매년 아모레퍼시픽 플라스틱 공병 100t을 친환경 복합수지로 재활용하고, 이를 화장품 용기 등에 적용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친환경 제품·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와 사회 전체의 관심이 커지면서 주요 기업이 순환경제 구축에 합류하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폐페트병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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