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금융회사를 볼모로 표심 잡기에 혈안이 됐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최대 이익을 올린 은행 등을 타깃 삼아 이익공유와 소상공인 보상 등의 내용을 담은 반(反)시장적 입법을 추진하는 등 전형적인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 관치금융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개회한 임시국회에서 여·야는 코로나19 사태로 촉발한 사회적 양극화 현상을 해소한다는 취지로 관련 입법 처리를 강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영업손실보상법·협력이익공유법·사회연대기금법 등 이른바 '상생연대 3법'을 내세우고 있으며 국민의힘은 국가보상법과 소상공인기본법 개정안 등을 발의한 상태다.
과반 이상 의석수로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려는 여당과 이에 맞선 야당의 반박 등 치열한 입법 전쟁이 예고된 가운데, 논란의 핵심은 이들 법안의 재원이 대다수 금융사의 돈으로 충당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여당을 중심으로 논의된 이익공유제가 금융사의 돈을 끌어다 쓰려는 대표적인 정책으로 지목된다.
적어도 수십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필요한 사회연대기금 조성에도 금융사가 동원될 공산이 크다 커 논란이 예상된다. 일단 정치권의 논리는 간단하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상대적으로 이익을 많이 올린 금융권이 그간 피해를 입은 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자칫 금융사들이 그야말로 '돈줄'로 전락할 우려가 큰 형국이다.
KB·신한·하나금융 등 주요 금융그룹들이 대출과 주식 열풍으로 대변되는 코로나19 사태의 반사 이익을 톡톡히 보며 사상 최대 순이익(하단 표 참조)을 올리자 정치권의 노골적 압박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중앙정부로서 "상생연대 3법 등의 법제화가 된 나라를 찾기 어렵다"는 기획재정부의 경고도 무시한채 이낙연 민주당 대표부터 강력한 법안 추진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의 공세에 등떠밀린 금융사들은 당장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금융당국이 권고한 '20% 이내 배당 성향'에 따라 25~27% 수준이던 전년도 배당 성향을 반강제적으로 낮춘 것도 모자라 이익공유제에 투입될 비용 방안을 마련하기가 막막하다는 입장이다. 금융회사의 주인격인 주주들을 설득할 명분과 방법 모두 마땅치 않다는 판단이다.
상생연대 3법 등의 입법 추진이 가시화되면서 금융사들은 주주들 달래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투자자 관리 부서(IR담당)에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항의 전화가 쇄도하고, 국내 금융주(株)에 매력을 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본인의 자본을 투입해 이익이 늘었는데, 정치권 입김에 배당과 회사 이익을 줄이려는 금융사의 행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주주들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기류가 감지되면서 금융사들의 고민은 한층 더 깊어졌다. 업계에서는 자신이 투자한 민간 금융회사가 정치권 등의 외압으로 이익 손실 등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금융사의 경영진을 상대로 형법상 업무상 배임혐의를 적용할 수 있고 상법상 주주대표 소송을 걸 수도 있다는 견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관치금융의 끝판, 포퓰리즘 적폐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해외 투자자들마저 등을 돌리는 정치권의 공산주의적 발상에 어떻게 대응할 지, 법무적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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