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에 무차별 징계 융단폭격…금융위·금감원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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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자
입력 2021-02-0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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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은행 시작 18일 NH투자…25일 우리·신한은행 제재심

  • 금융권 "금감원 감독 책임 회피…금융사 징계에 혈안" 불평

[사진=아주경제DB]

 
금융당국이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부실판매를 이유로 은행과 증권사 CEO에 대한 무차별 징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18일과 25일에는 각각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징계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은행과 증권사는 잇단 CEO 징계에 지배구조 및 경영환경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감독 책임은 외면한 채 금융사와 증권사 징계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증권사 이어 우리·신한은행도 중징계 불가피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5일 라임과 디스커버리펀드를 판매한 기업은행 제재를 시작으로 NH투자증권과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과 증권사 제재심을 잇달아 개최한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최근 정영채 사장에게 3개월 직무정지를, 손태승 회장과 진옥동 행장에게는 각각 직무정지(상당)와 문책경고를 통보했다. 신한금융의 조용병 회장 역시 그룹 관리 부실 책임으로 주의적 경고를 통지한 상태다.
 
금융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정직) △해임권고 등 다섯 단계다. 주의적 경고 이하는 경징계에 해당한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CEO는 향후 3~4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과 진 행장 등의 징계 수위는 사전통보된 중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은행에 비해 우리·신한은행의 라임펀드 판매 금액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라임펀드 판매금액은 각각 3577억원, 2769억원으로 전체 은행권 라임펀드 판매 금액의 80%를 차지한다.
 
특히,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을 역임할 당시 라임 펀드의 부실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서도 판매를 지속한 혐의도 받고 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자본시장법상 '부당권유의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옵티머스펀드 판매액은 4327억원으로 전체 환매 중단 금액의 84%에 달해 정 사장에게 통지한 정직 3개월 징계가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사전 통지된 징계 수위보다 한 단계 경감된 기업은행의 경우 소비자보호와 재발 방지 대책의 영향도 있었지만 가장 큰 경감 이유는 라임펀드 판매금액이 적었기 때문"이라며 "이에 반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판매한 라임펀드 액수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데다, 우리은행의 경우부실을 사전에 인지한 정황까지 있어 징계 수위가 경감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사 도미노 중징계 시작되나
 
금융권에서는 이번 은행·증권사 징계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업·우리·신한은행에 이어 경남은행과 부산은행 등 지방은행들도 속속 제재심이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여기에 옵티머스펀드 수탁사인 하나은행에 대한 제재심도 오는 18일 열릴 예정이다. 앞서 금감원은 하나은행에 '사모펀드 신규 수탁 금지' 방침이 담긴 영업정지 수위의 징계안을 전달했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옵티머스펀드의 운용자산 점검에 소홀했다고 보고 있다. 옵티머스 측이 공공기관 채권 등에 투자한다고 자금을 모은 뒤, 부실 위험이 높은 사모펀드 사채 등에 투자할 당시 방관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옵티머스펀드가 은행에 돈을 입금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하나은행에 이를 메워줬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금감원은 라임펀드를 판매한 부산·농협·경남은행 등의 제재심도 조만간 열 예정이다. 이들 은행에 대한 현장조사를 최근 마무리한 금감원은 분쟁조정을 거쳐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증권사 CEO의 징계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8일 라임 펀드 판매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대신증권 등 3곳의 과태료 부과 조치안을 논의한 뒤, 이르면 오는 18일 정례회의에서 CEO 징계도 논의할 계획이다.

금감원의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금융사 감독 책임이 있는 금감원은 징계를 피해가면서도 정작 판매자인 은행과 증권사 징계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사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경우 앞서 채용비리 때도 사실상 정부로부터 징계를 받지 않고 채용비리를 저지른 금융사 징계에 몰두했다"며 "이번 사모펀드 사태에서도 금감원은 징계를 받지 않고 은행과 증권사 CEO에 과도한 징계를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기관이 본인의 책임은 외면한 채 금융사 잘못만 들춰내면서 금융감독기관의 신뢰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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