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정비업계가 자동차보험 정비수가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며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인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손보업계는 당초 코로나19로 인한 손해율 하락으로 보험료 동결을 검토했지만, 정비수가가 상승하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손보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의 영업적자폭이 4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정비수가를 인상하면 보험료도 올릴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9일 손해보험업계와 자동차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 5일 국토교통부와 손보·정비업계가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 구성 후 첫 3자 실무협의 회의를 열었다.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는 자동차보험 정비요금을 결정하는 협의체로, 작년 10월 시행된 개정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보험업계·정비업계·공익대표 각 5인으로 구성됐다. 이 법 시행 이전까지 정비수가는 국토부가 업계 의견 등을 수렴해 결정·공표했다. 가장 최근에 정비수가가 공표된 것은 2018년이었다.
정비업계는 이어 정비수가 문제를 더불어민주당의 사회적 약자 보호정책 기구인 '을지로위원회' 안건으로도 제출했다.
정비수가 인상 이유로 마지막 인상·공표 이후 3년이 지나 인건비 상승 등 원가 인상요인이 쌓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비업계는 최근 근로자 임금이 급격히 상승한 만큼, 정비수가도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해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10.9% 올랐다. 올해 임금 인상률은 2.9%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작년 1월 자동차보험료가 일제히 3.5%가량 올랐는데도 손보업계는 정비업계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며 "법에 규정한 대로 하루빨리 정비협의회에서 정비수가 인상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보업계는 현재보다 정비수가 인상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비수가 인상·공표 후 3년이 지난 만큼, 정비수가 동결의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손보업계는 정비요금이 인상되면 보험료 역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보사들은 국토교통부가 정한 적정 정비요금을 토대로 각 정비업체와 개별로 정비수가 협상을 진행한다. 앞서 2018년 6월에는 국토부가 공표한 적정 정비요금 인상에 맞춰 3~5%가량 보험료를 올렸다. 당시 국토부가 책정한 시간당 공임 비용은 기존보다 20%가량 늘어난 2만5383~3만4385원이었다.
당시 인상률을 감안, 올해 정비업체가 요구한 대로 정비수가가 8.2% 인상될 경우 보험료는 2%가량 인상해야 한다.
손보업계가 여전히 자동차보험에서 영업적자를 보고 있는 점도 보험료 인상의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손보업계가 추산하고 있는 작년 자동차보험 영업적자는 4000억~5000억원 수준이다.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역시 적정 손해율인 78~80%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 등 빅4 손보사의 지난 1월 말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가마감 기준)은 82.9~84%를 기록했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정비수가가 인상되면 손보사가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도 같이 인상돼 자동차보험의 영업적자폭이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보험료 현실화를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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