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반(反)군부 운동이 13일(이하 현지시간) 8일째 이어진 가운데 시위대를 향한 군정의 대응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이날 ‘개인 자유와 안보를 위한 시민 보호법’ 제5·7·8조의 효력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미얀마 민주화 과정에서 도입된 해당 조항은 법원의 허가 없이 시민들 24시간 이상 구금할 수 없도록 하고 개인의 거주지나 사적 장소를 압수 수색을 할 때도 법원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조항의 효력 중단으로 미얀마 군부는 법원의 허가 없이 시민들을 체포, 감청하거나 압수수색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대한 탄압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은 “미얀마 군부가 해당 조항들의 효력을 언제까지 중단할 것인지 밝히지 않았다”며 “이번 조치로 당국(군정)이 (미얀마) 모든 통신 내용을 감청하는 것도 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군부는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권력 장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유엔 인권이사회는 군부의 쿠데타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군부 제재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47개 이사국은 전날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특별회의에서 자의적으로 구금된 모든 사람을 즉각적으로, 조건 없이 석방하고, 투표로 선출된 정부(미얀마 문민정부)의 복구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컨센서스(의견일치)로 채택했다.
나다 알 나시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는 결의안 채택에 앞서 “(미얀마) 군부의 권력 장악은 미얀마가 어렵게 얻어낸 민주주의 이행에 심각한 차질을 빚은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알 나시프 부대표는 군부가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정치인, 시민운동가, 학생, 승려, 언론인 등 350명 이상을 구금했다고 지적하며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분명히 말하겠다. 평화적인 시위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살상 무기 사용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얀마 현지 언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에 따르면 미얀마 경찰은 지난 12일 동남부 해안도시 몰라민에서 쿠데타 규탄 시위대 해산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총기를 발사했다.
영상 속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돌진했고, 이후 경찰이 시민 한 명을 붙잡자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돌멩이를 던졌다. 이 과정에서 최소 6발의 총성이 들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경찰은 그동안 시위대 해산을 위해 고무탄, 물대포 등을 사용해 왔다. 이번 경찰의 총기 발사는 지난 9일 이후 사흘만이다. 지난 9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했던 한 여성은 경찰의 실탄 가격에 머리를 맞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와 관련 미얀마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피해 여성의 뇌사 소식을 전하며 가족들이 산소호흡기 제거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가족의 동의로 이 여성의 산소호흡기가 제거되면 이번 미얀마 쿠데타 사태의 첫 번째 사망자가 나오는 것으로 시민들의 반 군부 시위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알 나시프 부대표는 대(對)미얀마 제재가 쿠데타에 책임 있는 특정인에게만 적용해 일반 국민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국 재무부는 11일 미얀마 쿠데타와 관련된 전·현직 군부 당국자 등 10명에 대한 자산 동결과 거래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10일 미얀마 군부 제재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 하루 만이다.
제재 대상은 현재 미얀마 권력을 장악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비롯해 소에 위 부사령관과 정부 각료 4명 등 8명의 군부 인사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버마(미얀마) 군부가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추가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평화 시위대를 향해 더 많은 폭력이 생긴다면 오늘의 제재는 시작에 불과함을 알게 될 것”이라고 미얀마 군부를 향한 경고 메시지를 남겼다.
재무부는 또 군부와 연결된 보석 관련 등 3개 기업도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아울러 미얀마 군부, 쿠데타와 연관된 다른 기업에 민감한 품목의 수출을 제한하고, 국방부 등으로 수출 제한을 부과하는 조치도 단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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