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 손을 들어줬지만 양사의 소송전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승소로 나머지 소송에서도 유리한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 측이 조기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ITC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관련 소송 두 건이 아직 남아있다.
남은 두 건의 소송은 이번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는 별개로 양사가 서로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이다.
지난 2019년 9월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을 상대로 배터리 모듈·파우치에 대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달 말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분리막·양극재 관련 특허 침해 맞소송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이 제소한 소송의 예비판결 예정일은 오는 7월 20일, 최종 결정일은 11월 30일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ITC 소송의 예비결정과 최종결정은 각각 오는 3월 19일과 7월 19일로 예정됐다.
미국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델라웨어 법원은 그동안 ITC 소송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심리를 중단했지만 조만간 심리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와 수입금지 여부를 판단했다면 델라웨어 법원은 구체적인 손해배상 규모를 결정한다.
장승세 LG에너지솔루션 경영전략총괄 전무는 지난달 27일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 심리가 ITC 최종 결정 이후 재개될 예정으로 ITC 최종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상당한 규모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손해배상 규모가 6조원에 달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특허청 특허심판원(PTAB)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3월 제기한 SK이노베이션의 특허 무효 심판에 대한 조사가 진행이다. 최종 결정은 올해 하반기에 나올 예정이다.
해외에서만 양사의 배터리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19년 5월 경찰에 SK이노베이션을 '산업기술 유출방지 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이후 6월에는 검찰에 같은 내용으로 SK이노베이션을 고소했다
SK이노베이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SK 측은 2019년 10월 서울중앙지법에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및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양사가 특허쟁송을 하지 않기로 한 합의를 LG가 위반하고 ITC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8월 "2014년 양사가 합의한 특허와 ITC에 제기한 특허는 별개"라며 LG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SK가 항소를 제기하면서 판결은 특허법원으로 넘어갔다.
현재 양사는 특허법원에 준비서면을 제출하고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등 타 국가에서도 소송전을 벌일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ITC 결정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은 콘퍼런스 콜을 열고 "SK이노베이션의 기술 탈취나 사용에 따른 피해는 미국에만 한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른 지역에서 소송 진행할지는 기본적으로 SK의 태도에 달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ITC 측이 이번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 손을 들어준 만큼 나머지 소송에서도 LG 측이 승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작다는 전망도 늘고 있다.
ITC는 지난 판결에서 포드와 폭스바겐 등이 SK이노베이션을 대체할 새로운 공급처를 찾을 수 있도록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와 부품 수입에 대해 일부 유예를 줬다. 이러한 결정이 ‘공익을 생각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명분을 줄여 거부권 행사를 어렵게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ITC 판결 60일 이내 미국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SK 측이 최태원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 취임 전 조기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결국 60일의 대통령 심의 기간 중 양사가 합의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며 “SK이노베이션도 ITC 판결에 아쉬움이 있겠지만 미국 내 배터리 생산과 판매를 위해서는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SK 측이 나머지 소송 패소로 인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미국 시장 사업 재개를 위해 합의를 추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델라웨어 법원이 최고 6조원의 배상금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SK 측이 조기합의에 나서야 할 이유는 명확해졌다"며 "합의금이 관건이겠지만 결국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델라웨어 법원이 최고 6조원의 배상금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SK 측이 조기합의에 나서야 할 이유는 명확해졌다"며 "합의금이 관건이겠지만 결국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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