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역시 헌법의 가치에 기반한 국민의 인권, 기본권에 대한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의료는 모든 국민이 고귀한 생명과 건강을 영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헌법으로 보장한 인권과 존엄을 수호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 도구다. 따라서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료에 임하는 것은 국가가 의료인에게 부여한 의무이자 책임이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의와 양의로 이원화된 의료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사용해 한·양방 모두 환자를 진찰할 때 동일한 상병명을 사용하고 있다. 한방에서 '경추 염좌'는 양방에서도 동일한 진단명을 쓴다. 다시 말하면 한·양방 구분 없이 진단 결과에 대한 것은 동일한 공통의 영역이며, 한·양방 각각의 특성이 부각되는 영역은 치료 영역에서 시작된다.
그럼에도 양의학계에서는 진단을 위한 의료기기에 '의과'라는 표현을 붙여 의료기기의 독점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엑스레이(X-ray)'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법 등 관계 법률로 규정돼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규제가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진료에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초음파영상진단기기 등 진단 영역에 해당하는 현대 의료기기조차 정부의 무관심과 특정 직역의 반대에 부딪혀 사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
특히 주도적으로 국민의 불편을 야기하는 요소를 찾아내고 개선해야 하는 정부가 특정 직역 반대로 규제를 타파하지 못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외면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작년 11월 시작된 첩약 건강보험급여화 시범사업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드러난다. 무수한 연구와 근거를 바탕으로 설계된 시범사업에 대해 안전성·유효성을 빌미로 중단을 요구하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있었고, 이에 한의계는 검증된 결과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 중 더 명확한 안전성·유효성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자 혈액분석기의 사용과 그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첩약 복용 전후 혈액 검사를 수치화하고, 복용 전후 예후를 진단·관찰하는 것은 국민에게 이득이 가는 것이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인 것이다. 국민 건강과 생명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국가에서 장려해야 할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에 대한 한의계 요구는 묵살됐다.
2019년 4월에 시작된 추나 요법의 건강보험급여화 역시 마찬가지다. 추나요법은 기본적으로 골격을 바로잡고 구조를 변경하는 치료다. 엑스레이를 활용해 인체의 내부 구조를 확인한다면 더 정확한 진단과 치료 결과로 국민의 건강에 기여할 수 있으나, 여전히 직역 간 갈등이라는 핑계로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은 요원한 상태다.
우리는 의료의 목적을 되새겨 봐야 한다. 의료는 사람을 향하는 것이다.
엑스레이를 발견하고 최초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뢴트겐은 특허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X선은 발명한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것을 발견한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온 인류가 공유해야 한다"며 특허 신청을 거절했다.
현재 한의사는 엑스레이를 사용할 수 없다고 말하는 그들의 주장이 사람을 향하는지, 아니면 그들의 이기심에 있는지 성찰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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