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의 역설?] ②​'​부정할 수 없는 기후변화 위기'...텍사스 정전은 美인프라 손놓은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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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2-1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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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부를 덮친 이례적인 '겨울폭풍' 한파로 미국 텍사스주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자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을 놓고 때아닌 논쟁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 급격하게 기존 화석연료 발전소 가동을 줄인 탓이라고 목소리를 내자, 오히려 이번 사태야말로 재생에너지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야할 계기라고 반박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한파에 얼어붙은 미국 텍사스주의 천연가스 공급 장치.[사진=ABC13]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에 불어닥친 이례적인 한파의 영향으로 미국 텍사스주에서 430만 가구의 전기가 끊기는 최악의 '블랙아웃'(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짙은 녹색 멈춤 사태'(A Deep Green Freeze), '좌파의 기후 어젠다 역설'(the paradox of the left’s climate agenda)로 규정하며 "기후의 영향을 받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화석연료를 덜 쓸수록 화석연료가 더 필요해진다"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이와 같은 주장에 반론도 잇따르고 있다.

우선 WSJ의 주장이 텍사스주의 풍력발전 전력 비율이 과장됐을 뿐 아니라 이번 한파로 가스관이 얼어붙으면서 천연가스 발전소 역시 가동을 멈춘 영향을 축소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텍사스주의 발전원별 전력 비율은 천연가스가 52%, 풍력 등 재생에너지(수력 제외) 23%, 석탄 17%, 원전·수력·석유발전 등이 8%다.

이에 따르면, 전체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천연가스 발전소의 전력 공급 차질이 풍력발전보다 더 큰 타격을 줬다는 것이다. 아울러 풍력발전 전력량은 수력을 제외한 태양광 발전과 바이오에너지 등과 함께 재생에너지로 함께 집계하는데, WSJ는 이를 모두 풍력으로 몰아세웠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17일 텍사스주 지역언론인 ABC13 채널은 텍사스주의 전력망 총괄 감독사인 전기신뢰위원회(ERCOT)를 인용해 16일 오후 공급이 중단한 재생에너지 전력량은 16GW(기가와트)인 데 반해, 천연가스와 석탄·원자력 발전으로 공급이 중단된 전력량은 30GW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방송은 텍사스주의 겨울철 에너지 공급 계획에서도 풍력발전 전력은 전체의 7%인 6GW에 불과하다고도 설명했다.

아울러 천연가스·석탄·원자력발전 전력은 에너지 계획 전체의 80%인 67GW에 달했지만, 천연가스 발전소의 공급 차질로 실제 공급량은 43GW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블룸버그는 이와 같은 주장을 '텍사스 예외주의'(Texas Exceptionalism)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북극 지역임에도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갖춘 노르웨이나 스웨덴 등에서는 1년 내내 전력을 생산하지만, 텍사스주에서는 한파로 풍력발전이 멈췄다는 것은 텍사스주에 문제가 있는 것일 뿐 풍력발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꼬집기도 했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시설 모두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기에 일반적으로 극한의 날씨에 대비해 비상전력 시스템을 준비해놓거나 동절기 대체 전력 계획을 세우는 등 대응 조치가 필수적인데, 텍사스주는 아무런 대비도 돼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출처=ABC13]
"오히려 기후변화 위기·美인프라 재건 시급성 드러내"...텍사스 사태는 '정치적 문제'

특히, 블룸버그는 '텍사스 예외주의'를 50년 가까이 공화당 텃밭이었던 여파로 텍사스주가 전력망을 비롯한 각종 인프라에서 다른 지역보다 낙후했다는 의미로도 발전시켰다.

10년 전인 2011년부터 미국 연방정부는 텍사스 당국에 풍력발전 단지의 한파 대비책을 요구해왔지만, 텍사스 주정부가 이를 무시해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사태를 놓고 그렉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와 전기신뢰위원회(ERCOT) 경영자들이 서로를 탓하며 책임을 떠밀고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텍사스주의 전력망이 기술적 이유가 아닌 정치적 이유에서 다른 지역과 연결돼있지 않았기에 대규모 정전에도 외부로 부터 보충 전력을 공급받을 수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태가 미국의 인프라 결함을 드러냈다"면서 미국에서 텍사스주만 유일하게 운영 중인 독립형 전력망 시스템인 '텍사스 인터커넥션'(Texas Interconnection)은 전력 시장의 규제를 완화해 300여개에 이르는 소매 전력 공급 업체가 난입하면서 생기게 된 텍사스주의 기형적인 전기시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이번 정전 사태를 통해 텍사스주 등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미국의 전력 인프라가 버려진 상태로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공화당은 이번 사태의 탓을 풍력발전에 돌렸지만, 진짜 문제는 훨씬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블룸버그는 17일 브라이언 소치 에디터의 사설을 통해 이번 정전 사태는 역설적으로 미국 사회에 인프라 재건 사업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역설했다.

근본적으로 이번 텍사스 사태의 원인은 미국의 인프라 낙후와 기후변화 위기이기 때문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과 '빌드 백 배터'(Build Back Better) 사업의 방향성이 옳다는 결론이다.

빌드 백 배터 사업은 2조 달러 이상을 미국 전역의 인프라 재건에 투자하는 정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경제 재건과 2050년 미국의 탄소 중립(온실가스 순배출량 0) 달성에 초점을 맞춰 기획됐다.

특히, 이번 한파가 이례적으로 미국 남부 지역까지 덮친 것은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인 극지방 소용돌이는 평소 제트기류 때문에 북극에 갇혀있어야 하지만, 기후 변화의 여파로 북극 지역이 따뜻해지고 제트 기류가 약해지며 극지방 소용돌이가 남하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가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인류의 실존을 위협하는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기후 변화 대응을 정권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고 있다.
 

16잃(현지시간) 폭설이 내린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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