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등 기관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며 매도 세력으로 자리잡았지만 전기차 및 2차 전지, 수소경제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한국판 뉴딜' 관련 종목은 순매수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당정을 중심으로 기관에 대한 뉴딜 관련 기업 투자 압박도 이어지고 있어 기관 수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총 25조989억원을 순매도했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2조4739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2조6123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지난해 기관의 국내 증시 순매도 규모가 36조924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연간 순매도 규모의 69.54%를 약 2개월 만에 팔아치운 셈이다.
특히 연기금을 비롯해 금융투자, 보험, 투신, 사모 등 모든 기관 투자 주체가 순매도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연기금은 올해 12조1867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유가증권시장에서 11조6333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5533억원을 각각 팔아치웠다.
이처럼 기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내 증시에서 '팔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기차와 수소경제 등 정부의 '한국판 뉴딜' 관련 종목은 순매수하고 있다.
지난달 4일부터 이달 19일까지 기관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전기차 및 수소경제 관련 종목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기관은 이 기간 동안 LG이노텍과 LG전자를 각각 10조1422억원, 9조5739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에쓰오일(S-Oil) 순매수 규모 15조2057억원에 이어 각각 둘째와 셋째로 큰 규모다.
LG전자와 LG이노텍은 최근 전기차 시장 진입 확대 가능성 등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LG전자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함께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생산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한 상태다. LG이노텍은 이와 관련해 핵심 부품인 모터센서와 카메라, 통신모듈 등을 공급하며 전기차 솔루션 공급 업체로 발돋움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기관은 에코프로(8조9883억원)와 포스코케미칼(8조1125억원), 고려아연(7조7774억원) 등 2차전지 및 수소발전 관련주로 꼽히는 종목들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 중 에코프로는 국내 2차전지 관련 기업인 에코프로비엠의 최대 주주이고 고려아연은 호주 자회사를 통해 친환경 발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기관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 축소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판 뉴딜 관련 종목에 대한 순매수 확대 여부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당정을 중심으로 연기금의 한국판 뉴딜 관련 기업 투자 압박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에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연기금,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가 상업용 부동산보다 생산적인 부문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뉴딜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기도 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주요 연기금의 내년 자산배분 목표 비중이 공개되는 오는 5~6월이 연기금 수급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올해 자산배분 목표가 강세장이 나타나기 전에 설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주식에 대한 올해 목표 비중이 바뀌거나 내년 목표 비중이 올해보다 높아질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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