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1조 달러 달성 영광을 누렸던 암호화폐 대표주자 비트코인이 23일 끝없이 추락하는 가운데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의 지적에 눈길이 쏠린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이자 2017년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루비니 교수는 최근 비트코인의 상승세에 대해 “엄청난 조작(Massive Manipulation)”이 있다고 주장했다.
루비니 교수는 이날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달성한 비트코인의 최근 상승장에 ‘포모증후군(FOMO Syndrome·자신만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심각한 두려움 또는 공포를 나타내는 일종의 고립공포감)’을 지닌 수많은 ‘어리바리(Suckers)’들이 진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모증후군을 지닌 ‘어리바리’들이 비트코인 가격이 2만 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이듬해 3000달러까지 폭락했던 2017년 12월을 다시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현재 비트코인 시장에 뛰어드는 개인투자자들을 향해 “단지 남에게 뒤처질까 두려워 비트코인에 뛰어들면 버블(거품)과 조작을 키우고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 암호화폐 지지자들이 내놓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 배경 분석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비트코인이 향후 안전자산 ‘금’의 역할을 대신할 가치저장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가격 전망치를 10만 달러, 25만 달러, 심지어는 100만 달러로 점쳤다.
하지만 루비니 교수는 비트코인의 급등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위험분산)가 아닌 대대적인 조작에 의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 급등은 금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것에 따른 인플레이션이나 명목화폐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아닌 물가연동채권(TIPS)이 크게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어째서 비트코인만 인플레이션과 명목화폐 가치 하락의 헤지가 되는가”라고 되물었다.
루비니 교수는 “‘엄청난 조작’ 같은 뭔가 다른 것이 있다”며 “개인투자자나 기관투자자가 그렇게 위험하고, 화폐도, 자산도 아닌 것에 굳이 투자해야 하는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암호화폐에 대한 ‘변동성’을 우려하며 암호화폐가 개인·기관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 설 자리가 없다고 줄곧 주장하며 암호화폐에 가치, 수익, 용도, 효용도 없다고 비판했다.
야후파이낸스는 코인데스크와 암호화폐 통계사이트 비와이비티(BYBT)를 인용해 비트코인 가격이 오는 3월 다시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 시장에서 3월은 가장 실적이 좋지 않은 달”이라면서 “2017년 이후 3월 비트코인의 평균 손실률은 14.725%였고, 두 번째로 실적이 안 좋았던 시기는 9월(평균 손실률 9.05%)”이라고 전했다.
이어 “과거의 성과가 미래의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평균 손실률 수치는) 비트코인 시장 정서에 계절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부연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미국 영주권자와 시민권자의 소득세 신고와 해외금융계좌 신고(FATCA) 기한인 4월 15일을 앞두고 세금 청구서 충당을 위해 보유한 비트코인을 처분하면서 시장이 또 한 번 급락세를 맞이할 것이란 얘기다.
한편 미국 월스트리트에선 지난 20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비트코인·이더리움’ 가격 언급을 이날 폭락장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아울러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의 규제 강화 가능성 시사도 암호화폐에 직격탄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시간 기준 이날 오후 5시 10분 현재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거래 대비 13.11% 빠진 4만8707.24달러를 기록, 5만 달러 선이 무너졌다. 1조 달러에 달하던 시가총액도 9077억 달러 선으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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