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현재 1심 진행 중인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부당 합병·회계 부정 재판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재판의 결과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를 받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오는 3월 11일 재개된다.
업계에서는 이 재판의 결과가 삼성그룹의 경영 공백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이 같은 의견의 근거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32조다.
해당 법령은 금융회사 최대주주가 결격 사유로 인해 정기 적격성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을 경우, 최대 5년간 의결권을 지분 10% 이내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년마다 금융회사 최대주주에 대해 ‘적격성 심사’를 한다. 금융사의 건전성과 금융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다.
이때 금융사의 최대주주가 금융 관련 법령 위반으로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되면, 금융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로 간주되 의결권 제한 조치를 받게 된다.
삼성생명의 경우 현재 최대주주는 지분 20.76%를 보유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며, 이건희 회장의 사망으로 적격성 심사가 미뤄진 상태다.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상속을 통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됐을 때 이번 재판에서 금고 1년 이상의 형을 받은 상황이라면 의결권이 10% 이내로 제한되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의결권이 제한된다는 것은 곧 지배구조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이 부회장이 유죄 판결로 인해 삼성생명 최대주주 자격을 사실상 잃을 경우, 현재 2대 주주인 삼성물산(19.34%)이 삼성생명 최대주주가 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32조는 법인이 최대주주일 경우 최다출자자 1인이 개인이 될 때까지 추적해 해당 인물을 심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이 부회장에 대한 제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이 부회장이 아닌 여동생(부진·서현)이나 어머니(홍라희씨)가 전량 상속 받을 경우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삼성생명 지분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이 방법을 택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이번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ESG 강화를 명분으로 하는 기관투자자 등의 견제로 남은 의결권 10%도 자유롭게 행사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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