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그룹)에서는 부친과 막내 – 장남과 큰딸로 편이 갈려 싸으고 있고, 금호석유화학그룹에서는 조카가 숙부의 경영권에 도전장을 던졌다.
가족 간에 발생한 분쟁의 결과는 대부분 화해 없이 남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된다. 대부분 분쟁이 그렇듯 형제간 분쟁에서도 패한 쪽은 모든 것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분쟁의 패자가 시간이 지난 후 오히려 더 승승장구 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조양래 회장이 동생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에게 보유지분 전량을 양도했을 때 별다른 입장 발표가 없었다. 하지만 누나가 제기한 부친의 성년후견 소송에 참가하면서 분쟁을 공식화했다. 지분 싸움에서 이길 수 없는 조 부회장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다.
◆대표이사 사임의사 밝힌 조현식 부회장 의도는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직 사임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6월 불거진 형제간 경영권 분쟁 사태는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조 부회장은 창업주 후손이 분열된 모습을 보여 송구하다며 이한상 고려대 교수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이사로써 마지막 소임을 다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경영권 분쟁의 종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 부회장이 대표이사 사임의사를 밝히면서도 이사회가 아닌 개인 주주 자격으로 감사위원 후보를 제안했다. 이 교수가 감사위원에 선임되지 않으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의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와 부회장직은 어떻게 하겠다는 거취를 명확하게 표명하지는 않았다.
한국앤컴퍼니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조양래 회장이 막내 조현범 사장에게 보유 지분 23.59%를 양도하면서 시작됐다. 조현식 부회장은 누나 도움을 받아도 조현범 사장을 표 대결로 이기기는 불가능해 한국타이어의 경영권 분쟁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조 사장은 기존 지분까지 포함해 42.9%를 확보했다. 조현식(19.32%) 부회장은 조 회장의 두 딸 조희경(0.83%)·희원(10.82%)씨 지분을 모두 합쳐도 30.97%다. 국민연금공단(6.24%) 지분을 합쳐도 37.21%다.
반전은 지난해 7월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조 이사장이 조 회장의 지분 양도가 자발적 의사결정이 아닐 수 있다고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고, 조 부회장도 성년후견 신청과 관련해 참가인 자격으로 의견서를 내며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공식화했다.
◆이상한 사외이사 추천방식, 동생 편 든 회사
조 부회장이 표 대결에서 승산이 없는 만큼 이 교수를 이사회에 포함시켜 조 사장을 견제하기 위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 교수는 조 부회장 우군으로 이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절대 아니며 그런 제안이었다면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의 소유구조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 경영진을 대체할 세력이나 시도가 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한국앤컴퍼니는 경영권 분쟁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 분쟁 확대 조장은 조 부회장이 이 교수를 감사위원 선임안 주주제안이 아니라 오히려 회사 측에서 야기한 측면도 있다.
한국앤컴퍼니는 25일 “대표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인 분인 주주제안을 하고 보도자료를 회사가 아닌 변호사를 통해 배포해 매우 당황스럽다”며 “이사회에서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안과 별도의 사외이사 선임안을 제안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동생인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이 조 부회장의 사외이사 선임안 제안에 대한 불만을 회사의 입으로 내놓은 것이다.
한국앤컴퍼니는 25일 이사회에서 조 부회장이 제안한 이 교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 건을 정기주총 안건으로 상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3월 주총 당일 조 부회장의 주주제안을 통해 안건으로 상정돼 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 형제간 재산 분쟁이 아닌, 부친이 연결돼 있는 가족간 분쟁은 특히 상처가 컸다. 진실 여부를 떠나 조 부회장은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이미 회사는 조 부회장이 아닌 조 사장 편에 섰다. 조 부회장이 이사회가 아닌 개인 대린을 통해 주주제안을 했다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그렇지만 회사는 자신 편으로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다. 이기기만 한다.
조 부회장이 승자가 될 수는 있는 방법은 현재로써는 성년후견 소송에서 승소하는 것밖에 없다. 성년후견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조 회장의 양도는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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