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자금 빼돌린 일당 다수 적발"...리베이트·끼워팔기 등 다양한 수법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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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국 기자
입력 2021-03-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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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부정행위 정황 9건 발견"...중기부, 경찰 수사 의뢰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급기업 B사는 제3의 기업과 판매대행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판매대행 업체는 C상인회를 동원해 사업 대리신청과 대리결제를 했다. 사업 신청을 한 상인에게는 건당 20만원을 지급한다는 정황이 포착돼 현장조사한 결과, 해당 부정행위에 대한 다수의 진술을 확보했다. 또 B사는 D협회와 공모해 대리신청과 대리결제를 진행했다. D협회는 사업 신청한 협회 회원사 대신 수요기업 자부담을 납부한 후, 공급기업이 되돌려 주는 서비스 구매금액의 일부를 협회 회원사와 나눠 가지기로 했다는 진술과 정황 증거가 확보됐다.

#공급기업 E사는 F협회와 공모한 정황이 발견됐다. F협회에서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협회 회원사들에 사업 신청방법을 안내하면서 공급기업 E사의 서비스를 구매하면 80만원을 돌려주니 해당 기업의 서비스를 구매하라고 독려했다. 80만원 중 20만원은 회원사가 협회에 납부하는 연회비, 40만원은 회원사가 사업에 신청하면서 납부해야 하는 자부담금, 나머지 20만원은 회원사 운영자금으로 나눠 지급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적시됐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한 가운데, 정책 자금을 조직적으로 빼돌린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 공급기업에 안내문을 보내 판매금액의 일부를 영업수수료로 지급(리베이트)하거나, 서비스 상품 구매를 조건으로 현물‧현금을 수요기업에 되돌려 주는 행위(페이백), 서비스 구매시 고가의 물품을 제공하는 끼워팔기, 시중가 보다 비싸게 판매하거나 고가 결제 유도 등 수법도 다양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4일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의 부정행위 정황이 확인된 공급기업 7개사와 구체적인 부정행위가 의심되는 2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서비스 상품 판매금액의 일정 비율을 판매 대행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하거나 수요기업에 금품을 제공하는 등의 행위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보조금법) 등에 위반될 소지가 큰 부정행위로 간주해 명시적으로 금지한 바 있다. 중기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방중소벤처기업청, 창업진흥원, 이노비즈협회·벤처기업협회 등 4개 운영기관, 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점검반'을 구성해 부정행위 의심이 있는 공급기업과 관련된 수요기업들을 대상으로 현장조사했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공급기업이 특정된 7건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와 함께 1개사는 ‘선정 취소’, 5개사는 ‘서비스 판매중지’ 조치 예정이다. 1개사는 현장점검을 통해 ‘서비스 판매중지’ 조치를 내린다. 공급기업이 특정되지 않은 2건을 포함한 9건은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선정 취소와 사업비 환수 등 추가적인 행정제재를 가할 계획이다.

중기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조기경보 기능을 강화해 사전 적발 가능성을 높이고, 철저한 현장조사와 일벌백계(一罰百戒)하기로 했다. 조기경보 기능은 수요기업의 실제 서비스 이용실태를 분석해 위험도에 따라 ‘신호등’ 체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조기경보는 서비스 상품 구매 후 장기간 이용하지 않는 기업, 서비스 이용 횟수나 이용 시간이 현저히 짧은 기업 등을 구분해 '위험-주의-정상' 3개 그룹으로 구분한다. 위험 그룹에 속한 기업부터 부정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부정행위가 없어도 90일 이상 미사용 기업은 사업비를 환수키로 했다.

대리 신청‧결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동일인이 1개 업체만 신청이 가능하도록 휴대전화 중복 확인‧차단 기능도 추가했다. 서비스 활용계획 입력도 의무화해 실제 서비스 활용이 의심되는 경우 현장조사 후 선정 여부를 결정토록 개선했다.

공급기업의 ‘가격 부풀리기’와 공급기업과 수요기업간의 유착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우처 지원한도 400만원 내에서 수요기업이 1개 2개 이상 공급기업에 결제할 수 있는 건당 구매 한도를 200만원으로 낮췄다. 서비스 활용 의지가 낮은 기업의 바우처는 조기에 환수해 실제 수요가 있는 기업에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바우처 결제기한도 8개월에서 90일 이내로 대폭 단축했다.

박용순 중기부 벤처혁신정책관은 "다수의 기업이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데, 일부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부정행위로 세금이 낭비되고 정책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며 "공급기업이나 중개책‧판매책에 의한 사업신청 대리 등 부정행위는 끝까지 추적해 일체의 관용없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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