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버마] '내전 우려' 불타는 미얀마…EU 제재 시사, 속타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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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3-1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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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 22일 미얀마 군부 관련 경제제재 확정

  • 로이터 "軍 지원 기업 중심 제재 이뤄질 듯"

  • FT "CDM 총파업, 미얀마 국가경제 악영향"

  • 유니클로 미얀마 공장 2곳 방화…생산 차질

16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시위대가 사제 방패를 들고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시위대 중 한 명이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고 있다. 최근 미얀마 군정이 양곤 등 주요 도시에 계엄령을 선포한 가운데 유엔인권사무소는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최소 149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사진=AFP·연합뉴스]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선언 사태가 군정과 평화시위대 간 무력충돌 ‘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내부 경제는 물론 현지에 진출한 외국기업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 2월 1일 미얀마 군부의 공식 선언으로 촉발된 이번 쿠데타 사태는 미국, 유럽연합(EU), 유엔 등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규탄 성명에도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있다.

EU는 16일(이하 현지시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뒤 저항하는 시민들을 무차별적 폭력으로 진압하고 있는 미얀마 군부와 연관된 자들에게 경제적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이날 프랑스 상원에 출석해 EU 본부에서 군부와 관계된 이들에 대한 경제제재를 다음 주 중에 부과하기 위한 기술적 논의가 마무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EU의 대(對) 군부 경제제재 방침은 오는 22일에 확정된다.

로이터통신은 외교관들과 EU 내부문건을 인용해 EU의 이번 제재 대상은 미얀마 군부를 위해 수익을 창출하거나 자금을 지원하는 기업들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U는 2018년 이후부터 미얀마에 무기수출 금지를 유지하고, 군부의 일부 고위급 인사에 대한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로드리앙 장관은 “예산 지원을 모두 중단할 것”이라며 “쿠데타에 책임이 있는 이들을 직접 겨냥해 개인들과 그들의 경제적 이익을 타격할 대책도 내놓을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EU의 추가 제재가 적용되면 쿠데타 발생 이후 가장 특별한 의미가 있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쿠데타 혼란으로 미얀마가 지난 10년간 쌓아온 경제적 이익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외곽에 있는 흘라잉타야 산업단지의 중국인 소유 공장들에서 14일(현지시간)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 있다.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전날 산업단지가 있는 양곤의 흘라잉타야에서 중국인들이 소유한 다수의 공장이 방화 및 약탈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사진=EPA·연합뉴스]

 
◆민주화 시위 사망자 200명 육박···'내전' 발발 언급도

미얀마 현지언론 이라와디는 이날 지난달 1일 쿠데타 발생 이후 지금까지 민주화 시위 관련 사망자 수가 총 193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앞서 유엔 인권사무소와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는 각각 사망자 수를 149명, 180명으로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쿠데타 이후 최악의 인명피해가 발생 ‘피의 일요일’로 불렸던 지난 14일의 사망자 수가 최소 73명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앞서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이 전한 39명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번 쿠데타 사태는 미얀마 민주진영의 고위급 인사가 군부와 반(反)군부 시위대가 무력으로 맞서는 ‘내전’ 발발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면서 한층 악화했다.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당선자들이 구성한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임명한 사사 유엔 미얀마 특사는 지난 15일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가능한 한 빨리 (군부를 압박하는) 국제적 연합세력을 형성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큰 내전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군부는 곧바로 사사 특사를 반역죄로 기소했고, 그는 17일 트위터에 “군부에 의해 반역죄로 기소돼 자랑스럽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사사 특사는 “반역죄가 적용됐다는 것은 내가 미얀마 국민과 함께 서 있고, 내 삶을 그들의 자유와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바칠 것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사진=교도통신]

 
◆군정vs시민 대립 장기화에 애타는 외국기업

FT는 미얀마 공무원들이 쿠데타 항의 시위로 총파업에 가담하면서 현지 운송, 물류, 은행, 상업 나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갈수록 격해지는 군부와 평화 시위대 대립으로 현지 사업가는 물론 외국인 기업들까지 고충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에서 기업체를 운영하는 한 최고경영자(CEO)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시민불복종운동(CDM)이 (군부가 운영하는 기업의) 일을 중단하는 것에는 성공한 듯하다”면서 “그것이 (시위대의) 목적인 것 같은데, 이는 좀 위험한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반군부 시위대가 군부의 자금줄을 막고자 총파업에 나서고 있지만, 그 여파가 미얀마 전체 경제 손실로 이어져 최종 피해자는 미얀마 시민이 될 거란 경고로 해석된다.

실제 쿠데타 이후 대부분의 은행이 문을 닫고 일평균 현금 인출 규모를 제한하면서 ‘뱅크런(Bank Run·예금 대량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해외 경비 처리는 물론 근로자 급여 지급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글로벌 정치경제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 그룹(Eurasia Group)의 피터 뭄포드(Peter Mumford) 분석가는 “미얀마가 ‘파탄국가(a failed state)’가 될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다”면서 미얀마뿐만 아니라 태국 등 주변국의 지역 공급망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외국계 기업들이 공개적으로 군사정권(군정) 지지자로 낙인찍힐 것을 우려해 경제에 대한 우려에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얀마의 한 기업분석가는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광범위한 불매운동과 ‘사회적 처벌(social punishment)’은 특히 은행과 물류 분야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미얀마 경제에 악재가 되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그는 특히 “고용주들이 암묵적으로 파업을 승인하고, 시위에 참여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근로자들에게 급여를 줄 수 없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CDM 확산으로 지난 2월 13~26일 2주간 미얀마의 수출액은 4억3000만 달러(약 4865억8800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55% 폭락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3억2000만 달러로 61%가 주저앉았다.

전통적으로 미얀마 군부와 비교적 밀접한 일본 기업의 피해가 막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내에서 반일(反日) 감정으로 불매운동에 시달렸던 유니클로 등 패션브랜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의 경제적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지난 14일 유니클로 제품을 생산하는 미얀마 현지 공장 두 곳에 화재가 발생했다. 회사 측은 “당시 공장은 가동하지 않은 상태로 화재에 다른 사상자는 없다”고 했다. 다만 미얀마 쿠데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현지 공장에서의 제품 생산과 납품 시기가 상당 기간 지연될 것이라고 전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 2020년 3월 미얀마에 6개의 공급공장을 설립했다. 이 중 5개 공장이 미얀마 최대 상업도시 양곤에 있다. 미얀마 군정은 최근 반군부 시위대 진압을 위해 양곤 등 주요 도시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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