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물류 인프라 강화에 투자할 계획이다. 쿠팡이 뉴욕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부여받은 이유는 물류 인프라다. 상장 전 해외 IR 당시 기관투자자들도 ‘로켓배송’에 대한 상당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의 물류 인프라 투자 전략은 기업가치를 더욱 제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쿠팡은 괄목할만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은 국내 대비 적자 기업에 관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성장성이 충분히 담보돼야 한다. 즉 쿠팡은 적자기업이지만 기관투자자들은 물류 인프라 확보를 통한 쿠팡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통상 이커머스 기업들은 수수료 수익을 매출액에 반영하는 반면, 쿠팡은 직매입 비중이 높아 거래액 전체를 계상한다. 쿠팡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제기된 이유다. 그러나 간과하고 있었던 부분 역시 물류 인프라다. 매출, 영업이익 등에 드러나지 않지만 쿠팡이 성장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1등공신이다. 기존처럼 플랫폼 경쟁력이 물류를 견인하는 것이 아닌 물류가 플랫폼 경쟁력을 제고하는 가장 큰 힘으로 주객전도된 것이다.
SK텔레콤은 물류 부문에서 쿠팡, 네이버연합은 물론 예비 입찰에 참여한 경쟁사 대비로도 강점이 보이지 않는다. SK그룹은 유독 인터넷 사업과 인연이 없다. 이번 인수전 참여를 두고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이유다. 11번가의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외형확대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SK텔레콤은 줄줄이 자회사 상장을 준비 중이다. 지배구조 개편과도 직결되는 만큼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투자업계에서 추정하는 자회사 합산 ‘20조원’ 가치 또한 부담이다.
SK텔레콤은 자회사를 언급할 때 항상 ‘이용자수’를 강조한다. 자체 역량보다는 모회사인 SK텔레콤 후광이 크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실질 가치는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또한 SK텔레콤이 넘어야 하는 산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SK텔레콤 자회사들의 고객은 결합상품 가입, 휴대폰 개통 시 유입되는 경향이 있어 이용자수로만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며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시 외부 고객이 유입되면서 11번가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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