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만도는 사모 회사채 시장에서 올해 들어 총 두 차례에 걸쳐 총 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등급민평금리 평균 대비 발행금리는 높지만 실적 부진 등이 더 큰 부담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방산업(자동차) 수요가 감소했다. 같은해 5월 만도는 3년물 1200억원, 5년물 300억원 모집에 나섰다. 3년물은 1400억원이 몰린 반면, 5년물은 100억원 주문에 그쳤다. 미달금액은 200억원에 불과하지만 만도(AA-, 안정적)가 우량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꾀나 충격적이었다. 투자자들이 장기물을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만도를 비롯한 발행사들은 안정적 자금조달에 더욱 민감해졌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기존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장기 자금조달 경로가 안정돼야 투자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만도가 올해 사모시장에서 조달한 자금 만기 구성을 보면 3년물(500억원), 5년물(1000억원), 10년물(500억원)으로 장기물 비중이 높다.
최근에는 한라홀딩스와 독일 자율주행 기업 헬라의 합작법인인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지분 100% 인수(1650억원)를 결정했다. 자율주행과 전장부품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사업의 무게 중심을 옮기기 위해서는 단연 시간이 필요하다. 그만큼 버틸 수 있는 자금도 충분해야 한다. 그만큼 만도에 절실한 것은 실적 정상화라 할 수 있다.
지난 22일 만도는 폭스바겐그룹으로부터 5000만개 규모 서스펜션 부품 수주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내년 6월부터 2033년까지 유럽 현지에서 생산해 공급한다.
폭스바겐은 최근 전기차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배터리는 파우치형 대신 각형을 주력으로 내재화도 추진한다. 특히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가격 부담을 낮춰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폭스바겐이 발표 이후 만도를 선택했다는 것은 미래차 시장 장악을 위한 협업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만도 또한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지속적으로 투자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만도가 공모채 시장에 복귀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실적 반영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지난해 채권시장 투심이 급격히 위축됐음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빠른 시일 내에 시장 조달에 나설 수도 있다. 올해 안에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규모만 3500억원에 달한다.
IB관계자는 “시장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면서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조심스러워 하는 경향도 뚜렷하다”고 말했다. 그는 “3월 주주총회 이후 발행사들이 본격 시장 조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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