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미얀마] 도 넘은 군부, 장례식서도 총격…바이든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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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3-2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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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데타 선언 후 민간인 사망자 459명에 달해

  • "군경, 시위대 장례식서도 무차별 총격 가해"

  • 바이든 "너무 충격적…불필요한 이유로 살해"

  • 美·英·韓·호 등 12개국 합참 이례적 공동성명

미얀마 남단 꼬따웅에서 28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전날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 도중 군경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시위대의 장례 행렬을 향해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세 손가락 경례는 독재에 대한 저항을 상징한다. 미얀마에서는 전날 하루에만 114명의 시위대가 숨져 지난달 1일 발발한 쿠데타 이후 누적 사망자 수는 450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AFP·연합뉴스]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사태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반(反) 쿠데타 시위 도중 사망한 숨진 학생의 장례식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총격을 퍼붓는 등 집단학살 행위를 행하고 있다.

28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선언한 지난달 1일부터 전날까지 군경의 만행으로 사망한 민간인 수가 459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특히 전날인 27일에는 5세 유아 등 어린이를 포함해 무고한 시민이 최소 114명 사망하는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미얀마 시민이 군부의 쿠데타 선언 이후 가장 ‘피비린내 나는 날’을 애도하는 상황에서도 군인과 경찰은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했다”면서 “군경은 이날 오전 미얀마 시민들이 전날 사망한 114명을 애도하기 위해 모인 장례식에서 총을 쐈다”고 지적했다.

장례식에 참석했던 현지 시민은 “우리가 그를(군경 총격 때문에 사망한 시민) 위해 혁명의 노래를 부르는 동안, 보안군이 도착했다”면서 “그들이 우리를 향해 총격을 가했고, 장례식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도망쳤다”고 말했다.

미얀마 현지매체 미얀마나우, 이라와디 등에 따르면 이날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선 마을 주민 한 명이 군정의 총에 맞은 뒤 불에 타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군경은 전날 밤 9시쯤 아웅먀탄잔구를 급습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 아이 코(40세)가 총에 맞자 군경은 그를 체포한 뒤 폐타이어 위로 던졌다. 폐타이어는 주민들이 군경의 진입을 막고자 설치해 놓은 것이다.

당시 현장을 목격했던 한 주민은 미얀마나우에 “(아이 코가) 불길로 던져진 뒤 ‘엄마 살려줘요’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군경은 계속해서 총을 쏴 아이 코를 구하려 집 밖으로 나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시민들을 향한 군경의 공격은 직업, 나이에 상관없이 무작위로 이뤄졌다.

앞서 트위터에는 차 안에서 의식을 잃고 축 늘어진 아들을 안은 아버지가 “내 아들이 죽었어요”라고 울부짖는 영상이 등장했다. 또 미얀마 중부 사가잉주 몽유와 지역에선 총격에 다친 시위대를 치료하던 20대 간호사 한 명이 군경의 총에 사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2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택이 있는 미국 델라웨어주에서 워싱턴행 에어포스원 탑승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미얀마 군부의 만행에 국제사회는 다시 한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택이 있는 미국 델라웨어주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미얀마 사태에 대해 “끔찍하다”고 평가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절대적으로 너무나 충격적”이라면서 “내가 받아온 보고를 토대로 볼 때 끔찍하게도 많은 사람이 완전히 불필요한 이유로 살해됐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미얀마 군부의 반인도적 행위에 격분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미얀마 군부가 ‘국군의 날(3월 27일)’에 대규모 유혈사태를 벌인 것을 지적하며 “자신들의 날에 자신들의 국민을 겨냥해 군부가 저지른 폭력 고조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미얀마군은 어제를 기념하기는커녕 공포와 수치의 날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한국 등 12개국 합동참모본부(합참) 의장은 전날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전문적인 군대는 행위의 국제기준을 준수하고, 자신이 섬기는 국민을 해치지 않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면서 “우리는 미얀마군이 폭력을 멈추고 자신들의 행동 때문에 상실한 미얀마 국민의 존중과 신뢰를 회복하는 데 노력하기를 촉구”라고 밝혔다.

유엔도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유엔 홈페이지에 따르면 앨리스 와이리무 은데리투 유엔 대량학살 방지 특별 고문과 미셸 바첼렛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미얀마군은 평화적인 시위대에 광범위하고 치명적이고 조직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의 특별기구인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미얀마 군부가 자행하는 폭력으로 미얀마 젊은 세대가 재앙적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헨리에타 포어 유니세프 총재는 “미얀마군이 어린이를 보호하기보다 어린이를 포함한 무차별 살육을 저지른 데 너무 놀랐다”면서 “미얀마 어린이들이 장기적으로 이번 위기 때문에 치러야 할 대가가 재앙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집단학살 # 쿠데타 #바이든 #국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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