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30일(현지시간)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하고 중국의 인권 문제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날 국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보고서 서문을 통해 “이번 보고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가 직면한 과제를 반영한다”면서 “전염병이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안전하게 누릴 수 있는 능력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미국의 ‘2020년 국가별 인권보고서’는 45번째 연례 보고서로 인권을 중심으로 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외교정책 추진 방향이 담겼다.
블링컨 장관도 “45번째 연례보고서를 내고 우리의 외교정책의 중심에 인권을 놓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하게 돼 영광”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중국의 인권 문제에 칼날을 겨눴다.
블링컨 장관은 “2020년 잔혹한 상황 속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계속 고통을 받았다”며 “중국에서는 정부 당국이 신장(新疆) 위구르(웨이우얼, 維吾爾)인들에 대해 집단학살을 자행했다. 수감과 고문, 강제불임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닛케이아시안리뷰(이하 닛케이)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 신장 문제를 처음으로 ‘집단학살과 반(反)인도적 범죄’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닛케이는 이런 내용이 담긴 인권보고서가 최근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블링컨 장관과 양제츠(杨洁篪)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간의 만남이 이뤄진 지 2주도 채 안 된 시점에서 됐다는 것에 주목했다.
닛케이는 최근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유린에 대한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영국의 제재 시행과 중국의 맞대응 조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보고서가 나왔다고 했다. 아울러 중국도 최근 미국의 조직적인 인종 차별, 총기 폭력 등의 내용이 담긴 ‘미국 인권보고서’를 발표했다고 언급했다.
나이키, H&M, 아디다스 등 국제 기업은 앞서 미국 등 서방국가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면화생산에 위구르족의 강제노동이 사용됐다고 지적하자 신장산(産)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중국 측은 “신장지역 노동자들의 밥그릇을 깨뜨리는 행위”라고 꼬집으며 “서방국가들이 ‘제재’라는 몽둥이를 휘둘러 우리를 때려눕히려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소비자들은 신장산 면화 사용 보이콧을 선언한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국무부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후 이뤄진 홍콩 민주 인사 체포, 언론 및 인터넷 검열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보고서 서문에서 북한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리사 피터슨 미국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차관보 대행은 이날 인권보고서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피터슨 대행은 “우리는 여전히 세계 최악의 인권 상황에 처해 있는 북한의 지독한 인권 기록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국무부는 현재 범정부적인 대북정책 검토 절차를 밟고 있다. 인권은 우리 대북정책 전반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그는 “북한에 대해 자유로운 정보 유입을 늘리는 것은 미국의 우선순위”라며 “우리는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 유입을 위한 캠페인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해 비정부기구(NGO), 다른 국가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하겠다고 부연했다.
전날부터 시행된 ‘남북 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이른바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시각 매개물 게시, 전단 살포행위 등을 하면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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