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이 8일 열린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국형 전투기(KF-X) 공동 연구·개발(R&D) 사업 분담금 미납 문제를 논의조차 못했다. 정부가 프라보워 장관 방한을 계기로 KF-X 분담금 미납 문제 해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한 셈이다.
국방부는 이날 "두 장관은 KF-X·IF-X 공동개발사업 등 방산 분야 협력이 양국 굳건한 신뢰 관계를 상징한다고 보고, 앞으로도 상호호혜적인 방산 협력이 활발히 이뤄지게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회담 결과를 밝혔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을 한국은 KF-X, 인도네시아는 IF-X로 지칭한다.
국방부 발표만 놓고 보면 인도네시아가 KF-X 공동 R&D에 계속 참여한다는 신호를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 인도네시아 측은 밀린 분담금 납부 문제 등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군인 출신 정치인인 프라보워 장관은 국방부 장관에 임명된 후 우리나라와 진행 중인 무기 구매 사업에 번번이 제동을 걸고 있다. 때문에 이날 회담에서 프라보워 장관이 분담금 납부 문제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의 KF-X 사업 분담금 미납 문제는 방위사업청 소관으로 양국 국방 장관 회담에서 논의될 사안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애초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KF-X 사업과 관련해 공동 R&D를 하고, 인도네시아 측에서 총사업비 8조8000억원의 20%에 해당하는 1조7338억원을 분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경제난 등을 이유로 2272억원만 낸 채 2017년 하반기부터 잔금 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미납금은 6000여억원이다. 하지만 현 상황이라면 미납금은 1조7338억에서 2272억원을 뺀 1조5066억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파자르 프라세티오 인도네시아 공군참모총장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올해부터 2024년까지 다양한 현대식 방위장비를 갖출 계획이며, 이 중에는 F-15EX와 라팔 전투기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측은 F-15EX는 2022년, 라팔 전투기는 2024년까지 도입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한해 국방예산은 10조원 정도로 우리나라의 25% 수준이다. 인도네시아가 KF-X 사업에서 발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방위사업청은 이미 추진하던 인도네시아 공군 측 전력 공백 보강용 행보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KF-X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런 가운데 9일 KF-X 시제기 출고식이 열린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KF-X 시제기 통상명칭과 고유명칭을 확정하고 도색까지 마친 채 막바지 점검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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