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7시 9분경.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1시즌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총상금 7억원·우승상금 1억2600만원) 마지막 날 최종 4라운드가 열리는 롯데 스카이힐 제주 스카이·오션 코스(파72·6370야드)로 갈라지는 삼거리. 검은색 카니발이 삼거리에 멈추어 섰다. 15m 이상 떨어진 왼편에는 골프장에 입장하지 못하는 임희정(21)의 팬클럽 '예사(예쁜 사막여우)' 5명이 "임희정 화이팅" 등이 적혀있는 플래카드를 들고, 임희정을 맞았다.
바로 뒤에서 운전 중이던 기자는 창문을 열고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팬들은 "잘하고 와요! 화이팅"이라고 외쳤다. 임희정은 "감사합니다"라며 인사했다. 임희정의 차량이 오른쪽으로 꺾어지자, 가는 뒷모습을 보고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임희정이 우승하기 위한, 임희정에게 힘을 주기 위한 힘찬 퍼덕임이었다. 검은색 카니발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팬클럽 사람들은 아쉬운 눈빛과 함께 "들어가고 싶다"는 말을 뱉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안타까운 순간이다.
벌써 횟수로 2년째다. 시즌으로도 2시즌이다. 지난해 5월 KLPGA 투어는 전 세계 코로나19 범유행 상황에서 가장 먼저 골프 대회를 개최했다. 이는 아시아에 위치한 골프협회와 아시아 전역에서 골프 소식을 전하는 기자들에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완벽한 코로나19 'K-방역(KLPGA-방역)'도 아시아 전역에서 소개됐다.
우리는 아시아인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 주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2년이 되어도 좀체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300명과 400명을 넘어 이제는 연일 600명 이상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에서 나오고 있다.
대회장에서 기자와 만난 KLPGA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악화되고 있다. 4차 대유행이 눈앞에 온 것 같다"며 "팬들의 바람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KLPGA는 시즌 시작 전에 "4월 한 달은 지켜보고, 이후 갤러리를 받을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확실하지 않아졌다. 팬들이 2분 남짓 좋아하는 프로 골퍼를 만나기 위해 길거리에서 기다리는 모습을 오랜 시간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국내에서는 KLPGA 개막전이 치러지고, 미국에서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명인 열전'이라 불리는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150만 달러·약 138억9000만원)가 열리고 있다.
마스터스 갤러리는 후원자를 뜻하는 패트론으로 불린다. 지난해 11월에는 패트론이 대회장에 출입하지 못했지만, 5개월 만에 열린 제85회 마스터스에서는 일부 패트론이 명인들의 스윙에 박수를 보냈다.
부러우면서도 우려가 된다. 애덤 스콧(호주)의 스윙 도중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고, 기침을 했다. 스콧의 캐디는 그 모습이 걱정되는지 "마스크를 써주세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들어가고 싶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단 한 번의 확진으로 시즌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국내 골프 팬들도 투어와 선수들을 위해 잠시 마음을 접어 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지난 10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614명이 늘어난 10만9559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3명이다. 마스터스를 진행 중인 미국의 일일 확진자 수는 6만4687명,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 중인 일본의 일일 확진자 수는 3480명이다.
우리는 미국과 비교해 0.9%, 일본의 17.64%에 불과하지만, 우리도 이들 국가처럼 확진자 수가 폭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선수나 관계자 그리고 갤러리가 확진된다면 이는 두고두고 악몽으로 남을 악재다.
개막전 최종 4라운드는 정오 현재 이소미(22)가 "상반기 1승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지를 지키고 있다. 밑에서는 고지를 쟁취하기 위해 이다연(24)이 오르고 있다. 이다연이 우승한다면 2020시즌 개막전 우승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봄에 우승하고 싶어요"라고 말한 장하나(29)는 버디 2개를 낚으며 앞서 나갔지만, 보기 1개를 범하며 3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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