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3월 LG그룹이 처음으로 지주회사를 출범한 이후 국내 주요 그룹들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한다는 차원에서 정부당국도 지주회사 체제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8위에 있는 GS그룹은 지주회사인 ㈜GS가 유통, 에너지 등 자회사를 지배하는 형태다. GS그룹 유일한 지주회사다.
그러나 공정위 발표에는 GS그룹 계열사로 포함돼 있지만 ㈜GS가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회사들이 제법 있다. 대표적인 곳이 GS건설과 삼양통상이다. 이들 회사는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GS그룹과 관계없이 독립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허창수 회장, GS건설로 두 번째 계열분리 이끄나
GS그룹은 공정위가 지정 동일인과 그룹 총수가 다르다. 현재 GS그룹 회장은 허태수 회장이다. 지난 2019년 12월 허창수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막냇동생인 허태수 회장이 선임됐다. 그러나 지난해 5월 공정위가 지정한 GS그룹 동일인은 여전히 허창수 명예회장이다.
허태수 회장의 GS 지분율은 2.12%로 허창수 명예회장 지분율 4.7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허창수 명예회장이 허태수 회장보다 지분율이 높아 동일인으로 지정된 것은 아니다. 지분율로만 따지면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이 5.26%로 가장 많다.
GS그룹은 지난 2005년 LG그룹 소속 13개 회사를 기초로 법적 분리했다. GS그룹 출범 당시 총수가 허창수 명예회장이다. GS그룹 총수가 변경됐음에도 공정위는 GS그룹만이 갖고 있는 특성이 반영하지 않은 결과다.
GS그룹은 여타 그룹과 달리 총수 1인 체제가 아닌 가족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GS그룹은 48명의 총수 일가가 지주사 GS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GS그룹은 허태수 회장 취임 당시 ‘주주간 협의를 통해 최종 추대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GS건설은 자산총액 기준 그룹 내 2위지만 GS그룹 펀드에도 출자하지 않았다.
허창수 회장이 GS그룹 회장을 역임한 오너가 일가고 지주사 지분을 보유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GS건설은 GS그룹과 연결되는 것이 없는 사실상 계열분리된 상태다.
GS건설은 올해 초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유한회사와 컨소시엄을 꾸리고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참여했다.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일각에서는 GS건설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는 허창수 회장 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사장의 경영성과 극대화를 통한 계열분리를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의 아들인 허창수・허태수 회장의 각각 건설과 유통에서 경력을 쌓았다. 따라서 GS그룹이 4세 이후 계열분리에 나선다면 건설과 유통을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가 먼저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왔다.
그러나 GS리테일이 GS홈쇼핑을 흡수합병하기로 하면서 당초 예상과 다른 승계 구도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GS홈쇼핑은 허태수 회장이 직접 공을 들여 키운 곳이다. GS리테일은 허태수 회장의 사촌인 허연수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허연수 부회장은 허준구 명예회장 동생인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GS홈쇼핑이 GS리테일에 흡수된다는 것은 유통부문이 4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허준구 명예회장 일가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허태수 회장은 슬하에 외동딸만 두고 있다. 따라서 아들 중심 전통에 따라 허태수 회장은 후손 승계에서 벗어나 그룹 회장직만 수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GS그룹 허씨 일가는 유교적 보수성이 강하다. 그래서 GS그룹도 LG그룹처럼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GS그룹은 LG그룹 구인회 창업주와 동업으로 사업을 시작한 허만정 창업주로 시작된다. 허만정 창업주는 8명의 아들을 뒀다. 장자 승계 원칙에 따랐다면 GS그룹은 ‘허만정 → 허정구 → 허남각’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GS그룹 출범과 동시에 수장에 오른 인물은 허창수 명예회장이다. 허창수 명예회장은 허만정 창업자의 3남인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GS그룹 장자인 허정구씨는 GS그룹은 물론 LG그룹에 몸을 담지 않았다. 허정구씨는 대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와 함께 삼성그룹을 공동 창업했다. 삼성물산 사장을 지낸 후 지난 1957년 삼양통상으로 독립했다. GS그룹이 LG그룹에서 분리 독립한 후 특수관계로 묶이면서 GS그룹 계열로 편입됐다.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 장남인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은 허창수 GS건설 회장의 사촌형이자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친형이다. 허남각 회장 역시 LG그룹 및 GS그룹에서 일을 한 적이 없다.
삼양통상이 GS그룹 계열이지만 GS가 보유한 지분은 없다. 허남각 회장이 20%, 허준홍 대표가 22.07%,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6%,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이 3.15%를 각각 보유했다. 또 허동수 회장 아들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과 허자홍 에이치플러스에코 대표가 각각 0.67%, 0.83%를, 허광수 회장 아들인 허서홍 GS 전무 1.67% 등 등 친족 일가가 54.39%를 보유하고 있다. 오히려 삼양통상이 GS 지분 0.5%를 보유하고 있다.
GS 허씨가 장손은 허남각 회장의 장남인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다. 허준홍 대표는 GS칼텍스 부사장을 지내다 지난해 초 삼양통상으로 옮겼다.
허준홍 대표는 오너 일가 장손인 만큼 허창수 GS건설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에 이은 유력한 승계 후보로 거론됐다. 허준홍 대표가 삼양통상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GS그룹 4세 승계에서 멀어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허준홍 대표는 지난해 말 기준 GS 지분율은 2.69%로 4세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보다도 많은 지분이다.
오너 일가 장손이라는 점과 지분율로 정유·에너지 부문만큼은 향후 ‘장자 승계’ 원칙을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 허준홍 대표는 이미 GS칼텍스에서 경영성과를 입증한 인물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GS그룹 4세 경영 시대에는 건설, 유통, 에너지, 정유로 나눠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룹 내 주력인 부문은 허정구 명예회장 일가를 중심으로 경영체제를 갖춰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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