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테크가 지난달 12일에 발행한 유상 신주가 16일 거래소에 신규 상장됐다. 지난달 미원홀딩스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주당 5000원씩 240만주를 발행하기로 한 것에 따른 후속조치다. 이에 따라 기존 2대 주주였던 김정돈 미원홀딩스 회장은 최대주주가 됐다.
기존 전환사채까지 고려하면 그는 388만주를 보유, 20.22%까지 지분율이 늘어난다. 정광춘 잉크테크 대표와 특수관계자의 지분은 21.9%이지만, 현재 이사인 김정돈 회장과 하태주 패커드코리아 대표이사의 지분을 제외할 경우 14.52%까지 줄어들어 2대 주주로 내려가게 됐다.
김 회장은 지배력뿐만 아니라 경영권도 사실상 확보했다. 지난달 30일 김 회장은 잉크테크의 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지난해에는 양종상 미원홀딩스 대표가 잉크테크 대표이사로 들어왔다. 등기이사 6명 중 2명이 김 회장 측이다.
또 다른 사내이사인 하태주 이사는 3대 주주인 대솔아이엔티(대한솔루션 그룹)와 인연이 깊다. 대솔아이엔티가 단순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점, 패커드 코리아 대표이사를 겸직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잉크테크 경영 관여는 제한적이라고 보여진다.
실질적 의사결정자로 범위를 좁혀보면 6인보다 3인에 가까우며 그중 2명이 김 회장 측인 셈이다. 적대적 M&A가 아닌 우호적 M&A가 이뤄진 셈이다. 정 대표와 김 회장이 합의를 통해 각자 역할을 분담하며 '합리적 동거'를 택했다.
이번 우호적 M&A는 두 사람 간의 인연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과 정 대표는 오랜 기간 친분이 있는 사이로, 김 회장은 잉크테크가 어려움을 겪던 2017년부터 신주나 전환사채(CB)를 매입하며 잉크테크를 지원했다. 또한 양종상 대표 취임 후 잉크테크는 영업이익 기준 흑자로 전환됐다.
그럼에도 정 대표의 선택은 '이례적'이다. 우선 지배력을 내주고, 경영권이 제한됐음에도 수중에 쥔 현금은 없다. 김 회장이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분을 매입했기에 정 대표의 구주 매각은 없었다. 향후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사라진 2대 주주의 지분에 불과하다.
또한 김 회장에게 제3자 배정 유상 증자 당시 기준 주가보다 할인 발행했다. 통상적으로 최대주주변경을 수반한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상가격이 아니라 되레 기준 주가인 5300원에서 300원을 할인해 발행했다. 한 M&A 전문가는 "정말 기업이 어려울 때만 유상증자로 할인 발행한다"고 말했다.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잉크테크는 7년 연속 손실인 기업이지만,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 18억원을 낸 기업이기도 하다. 부채비율 163.4%, 차입금의존도 역시 37.3%로 통상적인 수준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사무용 잉크 부문에서 산업용 잉크 부문과 인쇄전자 부문으로 포트폴리오 변환도 이뤄지며 회사의 내실을 다졌다. 이 M&A 전문가는 "공시에 나온 거래만 놓고 본다면 정 대표는 많은 재산을 잉크테크를 위해 포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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