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대통령 의회 연설에서 교육개선 및 아동복지를 골자로 하는 '미국가족계획'을 발표하면서 구체적 증세안도 함께 언급한다. 세부 사항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로써 대규모 일자리 인프라와 교육 인프라 확충을 추진하는 바이든 정부는 이른바 '가진 자'들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재원을 충당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증세가 언급된 당일 뉴욕증시는 급락했다.
기업 이익 감소 명백··· 주가 하방 압력 강화 우려
과감한 증세 발표에 공화당을 비롯해 일각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법인세와 자본소득세 인상이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단 법인세 인상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은 증세가 코로나19 속에서 힘겹게 회복되고 있는 기업들의 활력을 꺾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바이든 정부는 현재 21% 수준인 법인세를 28%로 올릴 예정이다. 이로 인해 증가하는 세수는 1조3000억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만들어졌던 개정세법(TCJA) 감세분의 절반 정도가 사라지는 셈이다. 또한 국적기업이 해외 자회사를 통해 올린 수익, 즉 글로벌 무형자산소득에 대한 저율과세(GILTI; Global Intangible Low-Taxed Income)에 부과하는 세율을 국가 단위로 산정하고 최소세율을 현재 10.5%에서 21%로 인상한다.
하원 세입위 소속인 공화당의 케빈 브래디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증세안이 경제 회복과 미래 성장을 파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경제 분석기관인 스트래티가스는 이 같은 세법 개정으로 2022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들의 주당이익(EPS)이 약 11.82달러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주가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공화당은 법인세 인상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이용해 증세 법안을 통과시킬지 여부가 세제 정책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명백한 경기 회복 전 증세는 경기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는 만큼, 향후 경제지표의 회복 정도가 증세 속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조너선 골럽 미국 주식 전략가는 경제 회복세가 강화되면 올해 증세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본이득세, 부유층 이탈 불러오나
예고됐던 법인세 인상이 아닌 자본이득세 조정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는 현 3.8%의 순투자소득세를 포함해 자본이득세를 통상세율 최고 수준인 43.4%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임금과 다른 경상소득에 대한 최고세율 37%를 39.6%로 인상한다. 또 자본이득세율은 연 소득 100만 달러 이상의 소득자에 국한해 최고세율을 39.6%로 인상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추가로 투자소득세 3.8%가 붙어 총 세율은 43.4%에 달하게 될 것이라고 외신은 전망했다.
임금이나 기업 이익 등 일반적인 소득에 대한 최고세율은 현재 37%이다. 자본이득 세율의 최고 세율은 현행 20%이다. 이 두 세금에는 각각 급여세와 투자 소득세가 3.8%씩 붙어 소득과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은 각각 40.8%, 23.8%이다. 자본이득 세율이 지나치게 낮은 것을 조정한다는 취지다.
다만 자본이득이 높은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만큼 납세자 1000명 중 3명에게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이득은 고소득 가구, 특히 자산 대다수를 주식으로 보유한 가구나 사업가들에 집중된다. 프린스턴대학교의 오언 지다르 이코노미스트는 자본이득세 인상은 고소득자들의 일부 투자를 축소하거나 주식 매각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지만, 실제 파급 영향이 과장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이번 증세안이 발표되기에 앞서 부자들에게 세금 부담을 지나치게 늘리는 것은 "자본 유출과 탈세를 위한 움직임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증세의 폭이 월가의 우려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투자서한을 통해 "부자 증세 최종안은 월가 우려보다 상당히 덜 심각할 것"이라면서 "실제 인상안은 28%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편 뉴욕증시는 23일 경제지표 강세에 반등했다. 이에 증세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LPL 파이낸셜의 라이언 데트릭 수석 시장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투자자들이) 전날 자본이득세 인상안에 겁을 집어먹었지만, 강한 지표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매수세가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향후 경제 지표의 신호가 더 확실하고 강력하게 잡힌다면, 증세의 충격은 예상보다 주식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는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