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여성천하'다. 요새 중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이야기다. 하나같이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면서 성장해 나가는 당찬 여성의 모습을 그려냈다.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된 중국 드라마 '겨우 서른(三十而已)'도 그중 하나다. 서른 살을 앞둔 세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여주인공 구자는 현모양처 전업주부지만, 우유부단하고 사업 수완이 없는 남편 대신 회사의 중요한 결정까지 도맡으며 각종 위기를 정면 돌파, 해결해 나간다.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여성이란 찬사가 쏟아진다.
또 다른 중국 드라마 '정청춘(正靑春)'. 프랑스계 화장품기업 SW의 중국 사업을 키우는 데 청춘을 바친 여성 직장인들 이야기다. 남편도, 아들도 제쳐놓고 일에 몰두하며 중국법인장 자리까지 오른 수완팅, 그 누구보다 냉철하게 중국 사업을 키우는 데 모든 청춘을 다 바친 수완팅의 후계자 린루이, 따뜻함과 섬세함으로 린루이와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팡징, 탁월한 영업수완으로 승승장구하는 장샤오위까지.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제 힘으로 커리어를 쌓아 회사 고위급 자리까지 오르는 당당한 여성들이다.
"여성이 하늘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다." 중국 혁명지도자 마오쩌둥이 남녀평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하지만 중국 여성들에게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특히 직장에서 ‘유리천장’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해 11월 기준 모건스탠리캐피털지수(MSCI) 전세계지수(ACWI)에 편입된 기업 중 여성 이사가 단 한 명도 없는, 시가총액 기준 상위 25개 기업 중 14개가 중국기업이었다. 중국 인터넷공룡 바이두와 메이퇀도 그중 하나다.
'중국판 테슬라' 비야디, '중국판 나이키' 안타, '중국판 아마존' 징둥그룹 등 모두 중국을 대표하는 간판기업인데도 이사회에 여성 임원은 '전무'하다. 보수적인 성향이 짙은 중국 국유기업은 그렇다 쳐도 이들 전기차, 의류패션, 온라인쇼핑 같은 신흥산업 기업에서조차 여성 임원엔 '인색'하기 그지없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거래소 상장기업 약 2500곳 중 3분의1이 넘는 회사 이사회는 모두 남성으로 채워졌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 이사회에 1명 이상의 여성이 참여하는 것과 비교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성격차지수(GGI)에 따르면 중국은 106위다. 참고로 한국은 이보다 더 낮은 108위다.
S&P는 "더 많은 여성이 이사회에 참여하면 다양한 경험과 관점, 배경이 더해져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특히 과도한 위험 부담을 줄이고, 회사 명성과 수익성,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최근 중국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 커지고 있다. ESG 경영에서 여성의 참여 확대는 필수. 중국기업들도 앞으로는 더 많은 여성 임원을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날 기술혁명 시대는 이제 더 이상 '근육질 싸움'이 아닌 '지혜의 싸움'이다. 본능적으로 돌봄의 마음을 가진 여성이 더 유리하다." 2018년 방한한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이 했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참고로 알리바바그룹은 '금고지기(CFO)'도 여성에게 맡길 정도로 여성 임원에 '관대'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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