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10년이 지나도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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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진 변호사
입력 2021-05-1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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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7다225312, 225329 판결

[사진=남광진 변호사 제공]

1. 들어가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이라 한다)에 따르면, 임차인이 새로운 임차인과 권리금계약을 체결하여 권리금을 지급받을 수 있고, 임대인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행위를 방해하지 말아야 하며, 나아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거절하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규정을 두고 있다. 임대인이 이 의무를 위반한 경우 임차인에게 손해까지 배상하여야 한다.

다만, 상가임대차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종전 5년, 현행 10년)이 지난 경우에도, 임대인이 임차인에 대하여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그간 하급심에서 상반된 결론을 내려오고 있어 혼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대법원에서 이 쟁점에 대한 결론을 내린 바 있어 금번에 소개하고자 한다.

2. 사실 관계

가. 임대차계약의 체결

원고는 2010. 10. 1. 피고와 사이에, 원고가 피고로부터 피고 소유의 상가(이하 ‘이 사건 상가’라 한다)를 임대차보증금 70,000,000원, 월 차임 2,350,000원(부가가치세 별도, 월세는 후불로 지급), 임대차기간 2010. 10. 8.부터 2012. 10. 7.까지로 정하여 임차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그 무렵 피고에게 임대차보증금 70,000,000원을 지급하고 피고로부터 이 사건 상가를 인도받아 이 사건 상가에서 ‘○○○○’이라는 상호로 음식점을 운영하여 왔다.

나. 임대차계약의 갱신

원고와 피고는 2012. 10. 7.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차임을 월 2,550,000원으로, 계약기간을 2014. 10. 7.까지로 변경하는 외에는 동일한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였고, 2014. 10.경 구두로 동일한 조건으로 1년간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였다.

다. 원고의 권리금계약 체결 및 피고의 임대차계약 체결 거절

⑴ 원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기간이 만료되기 전인 2015. 7. 16.경 소외인과 사이에, 원고가 소외인에게 이 사건 상가에서의 영업시설, 비품 일체를 권리금 145,000,000원에 양도하기로 하는 권리금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에게 소외인과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⑵ 그러나 피고는 노후화된 건물을 재건축 또는 대수선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소외인과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라. 원고의 주장

피고가 원고가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소외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거절함으로써, 원고가 소외인과의 권리금계약에 따라 권리금을 받는 것을 방해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 3항에 따라 원고가 입은 손해인 이 사건 상가의 권리금 상당액인 135,265,000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마. 원심(서울고등법원)의 판단

피고가 임차인인 원고가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소외인과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한편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2010. 10. 8.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2회의 갱신을 거쳐 2015. 10. 7. 임대차계약기간의 만료를 앞두고 있어 소외인과 권리금계약을 체결한 2015. 7. 16. 당시에는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2항에 의하여 더 이상 피고에 대하여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음을 알 수 있으므로, 결국 피고가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에 의하여 원고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바. 원고의 상고

원고가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대법원의 판단은 아래와 같다.

3. 대법원 판결 요지

가.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구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2항에 따라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여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대인이 같은 법 제10조의4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이다.

나. 판단

구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의 문언과 내용,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구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2항에 따라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여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대인은 같은 법 제10조의4 제1항에 따른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구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의 만료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의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지 않다. 구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2항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라고 하여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을 제한하고 있는데, 제10조의4는 제10조 제2항을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의 예외사유로 정하지 않고, 계약갱신거절에 관한 제10조 제1항 각호 또는 제10조의4 제2항 각호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그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제10조의4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법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다.

② 구 상가임대차법은 2015. 5. 13. 개정되어 권리금 관련 조항(제10조의3 내지 제10조의7)이 신설되었다. 종래 규정만으로는 임차인이 투자한 비용이나 영업활동으로 형성된 지명도나 신용 등 경제적 이익이 임대인의 갱신거절에 의해 침해되는 것을 충분히 방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즉, 임대인은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직접 권리금을 받는 등 임차인이 형성한 영업적 가치를 아무런 대가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되지만 임차인은 다시 시설비를 투자하고 신용확보와 지명도 형성을 위하여 상당기간 영업손실을 감당하여야 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③ 구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에서 정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의 갱신을 요구하면 그 단서에서 정하는 사유가 없는 한 임대인이 그 갱신을 거절할 수 없도록 하여 상가임차인에게 최소한의 영업기간을 보장하기 위해서 임차인의 주도로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달성하려는 것이다(대법원 2010. 6. 10. 선고 2009다64307 판결 등 참조). 반면, 같은 법 제10조의4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경우에도 상가임차인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영업상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두 조항의 입법 취지와 내용이 다르다.

④ 구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단서 각호에서 정한 갱신거절사유는, 임차인의 차임 연체(제1호), 부정한 방법에 의한 임차(제2호), 무단 전대(제4호), 고의·중과실에 의한 임차목적물 파손(제5호), 현저한 의무 위반(제8호) 등 전형적인 임차인의 채무불이행 또는 신뢰파괴 사유에 관한 것이거나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하여(제3호) 권리금 회수를 보장할 필요가 없는 경우이다. 그 외에는 임차건물의 멸실로 임대차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거나(제6호),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시 미리 임차인에게 철거·재건축계획을 고지하였거나 안전사고의 우려나 법령에 의하여 상가건물의 철거·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제7호)로서 상가건물의 멸실 등으로 임차인이 형성한 영업의 재산적 가치가 사라지게 되어 임차인이 권리금 회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등이다.

위와 같은 갱신거절사유의 내용을 살펴볼 때 상가건물의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이 지난 경우를 그와 같이 보기는 어렵다.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이 지나도 임차인이 형성한 고객, 거래처, 신용 등 재산적 가치는 여전히 유지되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보장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⑤ 이러한 해석이 임대인의 상가건물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 구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2항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보증금이나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는 경우(제1호),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임차인의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거나 그 밖에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제2호),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제3호) 등 임대인으로 하여금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부당한 경우에는 임대인이 그 계약 체결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여 임대인의 재산권 행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마련하여 두고 있다.

또한 임대인은 신규임차인에게 시세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이 아니라면 새로운 조건을 내용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요구할 수 있고, 신규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 이상 차임을 연체하는 등 같은 법 제10조 제1항 각호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언제든지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고 이러한 경우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 사안의 적용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구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에 따라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신규임차인을 주선하였으므로, 피고는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임차인과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해서는 안 되고, 이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지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에는 구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에서 정한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의 발생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판결의 의의

원심은 임차인이 상가임대차법에 따라 이미 영업이익 보호를 위한 5년의 임대차기간을 보장받은 경우에도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 체결을 거절할 수 없다고 한다면 임대인으로서는 사실상 계약갱신의무를 면할 수 없게 된다는 등을 이유로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여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임대인이 같은 법 제10조의4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반면, 대법원은 구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의 만료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의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지 아니한 점, 구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에서 정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과 같은 법 제10조의4의 권리금보호 조항은 그 입법취지가 다른 점,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이 지나도 임차인이 형성한 고객, 거래처, 신용 등 재산적 가치는 여전히 유지되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점, 이러한 해석이 임대인의 상가건물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여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았다.

5. 나가며

5년이었던 상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기간이 2018. 10. 16. 법 개정으로 10년으로 늘어났다(2018년 10월 16일 이후로 최초 계약이 체결되거나 갱신이 되는 임대차에만 적용). 그렇다면 10년이 적용되는 상가임대차에도 위 대법원 판례의 결론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개정법 시행 이후에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점으로 보아 10년의 경우에도 위 결론은 동일하게 적용될 여지가 커 보인다.

다만, 10년이라는 기간은 비교적 장기인 점에 비추어 임차인이 영업상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회수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은 아닌지, 임대인의 상가건물에 대한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 등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10년이 지났어도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시각보다는, 각 사안마다 ‘권리금 회수를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합리적 판단을 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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