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후순위채 잇딴 발행…5년 뒤 리스크 불안 커진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형석 기자
입력 2021-05-06 19:1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작년 기저 효과로 실적 상승…후순위채 발행 성공에 규모 늘려

  • 잔존만기가 5년 이내 보완자본에서 제외…추가 자본확충 계획 필요해

보험사들이 후순위채권 발행을 확대하고 있다. 후순위채권의 경우 변제순위가 낮고, 만기가 5년 이상 되는 채권은 100% 보완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 보험사들이 후순위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준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물량을 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후순위채가 선순위채권보다 금리 부담이 크고 만기에 가까워질수록 보완자본에서 제외되는 만큼, 보험사들의 무분별한 후순위채 발행이 장기적으로는 건전성 악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진=KB손해보험]


◆KB손보·미래에셋생명 등 후순위채 발행 성공

6일 생명·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 미래에셋생명, 현대해상 등 주요 보험사들이 후순위채권을 잇따라 발행하고 있다.

KB손보는 지난 4일 만기 10년에 5년 콜옵션을 조건으로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KB손해보험은 절대금리로 2.9~3.5%의 금리밴드를 제시해 3.35%에 모집물량을 채웠다.

KB손보는 오는 13일 최종 발행금액을 확정하는 등 올해에만 총 8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3월 15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총 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만기가 10년이지만 발행일로부터 5년 뒤부터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가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기에 일각에선 사실상 5년물로 보고 있다.

현대해상도 4년 만에 3500억원으로 확정했다. 21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 성공한 메리츠화재 역시 상반기 내로 2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예정이고, 푸본현대생명 역시 최대 645억원 규모의 후순위채(사모 방식, 만기 10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앞다퉈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에 나서는 데에는 지급여력(RBC) 비율 하락으로 자본확충이 절실한 상황에서 후순위채를 발행한 보험사들이 잇따라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해상은 기존에 후순위채 발행 규모를 2500억원으로 책정했지만, 청약이 몰리면서 결국 기존보다 1000억원 이상 후순위채를 추가로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2000억원을 발행하려던 KB손보 역시 수요예측에서 4590억원의 자금이 모여 발행금액을 기존보다 2000억원가량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는 2000억원 규모의 1차 후순위채 모집에서 수요예측 결과 100억원이 미달됐지만 추가 청약을 통해 기존 물량을 완판할 수 있었다.

[사진=미래에셋생명]


보험사 관계자는 "2019년 순익이 급감했던 보험업계가 지난해 기저효과로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 늘면서 보험사들의 후순위채권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며 "이 때문에 RBC 비율이 감소한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을 위해 후순위채권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기 도래 시 추가 자본확충 불가피

다만, 무분별한 후순위채 발행이 오히려 보험사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선순위채권보다 금리가 높은 데다, 후순위채권의 경우 만기가 다가올수록 보완자본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후순위채는 발행기업의 파산 시 다른 일반채권과 예금채권 등 선순위채권자(Unsubordinated Creditor)에 대한 원리금을 전액 지급한 후에야 원리금 지급이 가능한 채권을 말한다.

후순위채권은 지급순위가 주주의 순위에 근접하기 때문에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부채가 아닌 보완자본으로 인정받는다. 후순위채권 중 만기가 5년 이상 되는 채권은 100% 보완자본으로 인정되나, 잔존만기가 5년 이내일 경우 발행채권의 20%씩을 매년 보완자본에서 제외한다. 결국, 보험사는 후순위채권 만기가 다가올수록 추가 자본확충 방안을 찾거나 기존보다 큰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당장 2023년 도입 예정인 IFRS17과 K-ICS를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있지만, 실제 위기는 만기 도래가 시작하는 5년 뒤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에 발행한 후순위채권 상환 외에도 유상증자 등 추가적인 자본확충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들어 채권 금리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만큼, 향후 후순위채권 발행 시 보험사의 금리부담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