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내각, 최저 지지율에도 '올림픽 개최' 주장…결국 '돈'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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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5-1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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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미우리 설문조사 "일본 국민 절반 이상 올림픽 개최 반대"

  • 스가 지지율, 43%로 추락…JNN 조사선 40%로 출범 후 최저

  • 마이니치 "IOC·스가 내각, '돈' 문제 때문에 올림픽 개최 주장"

  • 바흐 IOC 위원장, '긴급비상사태' 기한 연장에 방일 일정 조정

일본 도쿄(東京) 하계 올림픽 개최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이젠 일본 국민도 정부에 올림픽 개최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매각을 향한 신뢰가 무너진 여파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10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10일 일본 공영방송 NHK,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도쿄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573명을 기록했다. 보도에 따르면 5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 중 20대가 14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날 기준 최근 일주일간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779명으로 전주의 873명에서 89.2%가 줄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가 앞서 도쿄, 오사카 등 주요 지역에 대한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이를 이달 말까지 연장함에도 신규 확진자 수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 개최 취소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스가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선 것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도쿄올림픽 개최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돌아가신 여러분(코로나19 사망자)에게 마음으로부터 명복을 빈다"며 "매우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제3차 긴급사태 선언 기한 연장에 대해 "신규 확진자 수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국에 확산하고 있고, 높은 수준"이라며 긴급사태 선언과 관련된 판단 책임은 모두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와 관련해선 "감염 대책을 제대로 강구해 (선수단이) 안심하고 참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동시에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코로나19 상황과 관련 도쿄올림픽 개최를 철회해야 한다는 국내외 우려에도 올림픽 개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스가 총리의 이런 의지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더 키우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지난 7~9일 유권자를 상대로 진행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9%가 도쿄 올림픽 개최를 취소해야 한다고 답했다. 무관중으로 대회를 열자고 응답한 유권자는 23%였고, 관람객 수를 제한하자는 응답은 16%였다. 특히 올림픽 개최지인 도쿄에서는 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는 응답이 61%에 달했다.

 

도쿄 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이 9일 올림픽 육상경기 테스트 대회가 열린 도쿄 신주쿠(新宿) 국립경기장 주변에서 올림픽 취소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교도·연합뉴스]


일본 국민 절반 이상이 올림픽 개최 포기를 요구함에도 스가 내각은 줄곧 올림픽 개최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돈 문제' 때문에 도쿄올림픽 개최를 고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에 따르면 올림픽 방영권은 IOC 수입의 약 70%를 차지한다. IOC는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부터 2032년 하계올림픽까지 미국 NBC 유니버설과 120억3000만 달러(약 13조4135억원) 규모의 방영권 계약을 체결했다. 대회가 취소되면 IOC는 방영권료 일부를 NBC에 되돌려줘야 한다.

마이니치 신문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IOC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보험에도 가입했는데, (올림픽이) 취소되면 방영권료 전액을 커버할 수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 유치한 2013년부터 8년간 1조6640억엔(약 17조2620억원)을 대회경비로 사용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도쿄올림픽 개최 뒤 6개월 만에 베이징(北京)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는 점도 일본 정부가 올림픽 개최를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만약 도쿄 올림픽이 취소되고,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면 일본의 국제적 지위가 떨어지게 되고, (일본 정부가 받는) 정신적 타격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가 총리는 코로나19 사태 대응 실패, 올림픽 개최 고집 등으로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요미우리 신문이 지난 7~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스가 내각의 지지율이 43%를 기록, 전월보다 4%포인트(p) 추락하며 일본인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가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46%에 달해 2월 이후 3개월 만에 '지지한다'는 응답을 다시 앞질렀다.

민영 TBS 계열의 JNN이 발표한 여론조사(8~9일 진행)에서도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40%를 기록, 내각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한편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일본 방문 일정이 일본의 긴급사태 선언 기한 연장 여파로 오는 6월로 재조정되고 있다고 일본 현지 언론은 전했다. 

바흐 위원장은 오는 17~18일 올림픽 개최지인 도쿄도와 히로시마(廣島)현을 방문해 성화봉송 등 도쿄올림픽 준비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도쿄도 등의 긴급사태 선언 기한이 이달 말까지로 연장되면서 바흐 위원장의 방일(訪日) 일정도 재조정하는 듯하다. 

다만 마이니치 신문은 바흐 위원장의 방일 일정 조정에 대해 국민적 반발을 우려한 조치일 수도 있다고 도쿄올림픽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일본 국민 절반 이상이 올림픽 개최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바흐 위원장의 일본 방문이 예정대로 진행하면 스가 내각을 향한 국민적 비판이 더 거세질 것을 우려했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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