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91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기자회견. 사진=송다영 기자.]
12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91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이 주최하고 있는 수요시위는 이날로 1,491차를 맞이했다.
[제 1491차 수요집회에서 여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중앙대학교 몸짓패 하랑. 사진=송다영 기자.]
중앙대학교 몸짓패 '하랑'이 '바위처럼'이라는 노래에 춤을 추며 집회의 막을 열었다. 이후 집회는 이날의 주관단체인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학생회(회장 강서윤)의 사회로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날 집회현장에서는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거의 없었다. 소녀상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를 포위하듯 보수단체들이 양 옆자리를 차지해 '맞불집회'를 벌였기 때문이다. 이날 '맞불집회'는 자유연대와 엄마부대 등 보수단체가 주최했다.
특히 소녀상 왼쪽에서 맞불집회를 연 자유연대는 '민주주의의 적/ 공공의 적! 윤미향 꼭 감옥가야 한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1시간 동안 핏대를 세우기도 했다.
맞불집회의 한 발언자는 "(정의연이)아직도 '더 해 먹을 수 있다'는 미련때문에 저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지속적인 맞불집회로 우리의 뜻을 계속 보이겠다. 끝까지 저들(정의연)을 물리치고 정의가 바로 세워지는 대한민국을 건설하자"고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심지어 취재진들을 향해서도 "수요집회를 보도하는 것들도 똑같다. 쓰레기 같은 기자"라고 비난했다.
[수요시위 기자회견 자리 옆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우파 단체들. 사진=송다영 기자.]
소녀상 오른 쪽을 차지한 '엄마부대' 등의 단체들도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수요집회에 참석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를 향해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거의 저주에 가까웠던 이들의 발언은 정부를 향하기도 했다.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는 맞불집회 동안 내내 "이나영(이사장)은 대한민국에 살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며 "반드시 정의연을 해체시킬 것이고 소녀상을 철거시킬 것이다"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성명을 이어가는 이나영 정의기역연대 이사장. 사진=송다영 기자.]
보수단체의 방해가 이어지자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요시위 현장 주변은 이들의 고성과 억지 주장으로 넘쳐나고 있다. 평화와 연대의 상징인 평화로가 언제부터인가 혐오와 차별의 언어가 난무하는 절망과 갈등의 장이 되고 있다. 참담하다. 너무 부끄러워 젊은 세대에게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이 마이크를 잡자 수요집회를 '포위'한 보수단체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마이크 소리를 높혔고, 스피커에서 쏟아지는 고함들이 뒤엉키면서 생긴 소음 때문에 현장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이 이사장 역시 발언 도중 힘겨운 듯 말을 멈추기도 했다.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학생회 '사계'. 사진=송다영 기자.]
이날 시위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았던 강서윤 씨는 코로나19 상황 이후 집회 현장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수요집회 유튜브 영상을 통해 어느정도 이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현장에 와보니 훨씬 다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강 씨는 "(집회에)집중하기 어려웠다. 주변에서 너무 크게 소리가 나니 진행하기에 불편함이 있었다. 진행 도중 같은 공간에서 '혐오 발언'이 들리는 것도 안타까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요시위 현장. 사진=송다영 기자.]
[수요시위 현장. 오른쪽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사진=송다영 기자.]
시위 내내 소녀상 주변의 집회장 세 곳에는 경찰들이 겹겹이 배치됐다. 경찰은 집회 참석자들 사이에서 충돌이 생기지 않도록 지나친 행동을 제지하기는 했지만 대체로 정의연의 수요집회와 보수단체의 맞불집회를 내내 지켜보기만 했다.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한 외국인은 이런 모습이 신기한 듯 구경하며 한참 동안이나 사진을 찍어 가기도 했다.
[수요집회가 끝난 평화로 거리. 사진=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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