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선발이 가능한 당직은 개방형으로 풀겠다. 능력이 중요한 당 대변인, 전략 기획과 관련된 모든 당직은 가장 능력이 있는 사람이 맡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화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12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남당 논란과 초선‧중진 대결 구도 등에 밀려 비전 경쟁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당 혁신방안에 대해 후보들이 열거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경륜이 부족하다’는 중진들의 비판에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얻은 득표가 젊은 사람들의 새로운 시도에 의한 것이냐, 다선들의 전략이었느냐”고 되물었다. 4‧7 재‧보궐선거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이끌어 낸 성과로 응수한 셈이다.
▶다음은 이 전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이번 전당대회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가 기존의 대선 전략처럼 영남 더하기 수도권, 약간의 충청표를 노릴 것이냐, 세대 구도를 만들어 전통 지지층 더하기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것이냐의 문제다. 대선 전략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우리 당이 영속적으로 이념정당, 가치정당으로 가려고 하면 지역 구도에 의존해선 안 된다. 그것보다 진화해서 든든한 세대 기반을 구축하는 게 낫다. 지역과 이념 구도로 치른 마지막 선거가 2020년 총선이다. 거기에서 참패했다. 새로운 방정식을 짜야한다.”
-영남‧비영남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주호영 의원이 출마하면서 영남 표가 잘 나올 거라 자신하는 거 같은데, 영남 젊은 세대의 경우에도 이준석이 주 의원에 비해 낮을 이유가 없다. 영남 대 수도권이라는 구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영남은 비개혁적 비영남은 개혁적이다’, ‘초선이라 개혁적이고 다선이라 비개혁적이다’는 식으로 안 본다. 다선이나 중진 중에서도 개혁적 생각 공유할 수 있다면 당연히 연대나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가 코로나19로 인해서 당원과 접촉을 많이 할 수 없다. 미디어상에서 치열한 논쟁이 있을 거 같은데 상호 간에 발전적이고 건설적인 비전 경쟁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는 그 부분에 있어서 다소 아쉽다. 영남‧비영남론이나 초선‧다선, 아니면 계파적 프레임. 상대를 가두려는 정치공학적 움직임이 있었는데 하면 할수록 당원과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 당 혁신 방안을 후보들이 열거했으면 좋겠다.”
-여론조사상 나경원 전 의원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최근의 (젠더) 논쟁 이런 게 지지층을 축소시킬 것이라 우려했는데 그거와는 반대의 결과가 나온 거다. 대한민국의 주요 이슈를 덮지 않고 발굴하는 것에 대해 세대를 막론하고 호응도가 높은 것 같다. 대한민국 정치는 구호와 같은 것으로는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국민들은 문제를 해결할 사람을 원한다.”
-‘경륜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 시장이 얻은 득표가 젊은 사람들의 새로운 시도에 의한 것인가, 다선 의원들의 전략인가. 원내에 있다고 역할이 큰 게 아니다. 대선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정책으로 국민들에게 승부하는 거지, 선수(選數) 높은 의원이 많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여의도 정치가 대선 결과를 결정한다는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호영 의원은 ‘에베레스트론’, 조경태 의원은 ‘정치 지망생’이라고 평가했다.
“여론조사에서 2등이 나오면서 중진들이 어떻게든 찍어누르는 모양새로 대응하려고 하는 거 같다. 부정선거 논란 때 아무리 많은 수가 찍어누르려고 해도 할 말 했던 이준석이다. 그런 방법이 통하진 않을 거다. 그런 얘기를 했을 때 젊은 층의 반응을 봤으면 좋겠다.”
-김웅 의원과의 단일화 얘기가 나온다.
“컷오프가 예정된 상황에서 컷오프 룰이 정해지면 단일화 얘기가 나올 것이다. 3~4인으로 컷오프하면 준결선투표 같은 거라 단일화는 의미가 없다. 단일화에 대해 성급한 언급을 할 필요는 없다.”
-개혁적이라고 평가하는 중진이 있나.
“지금 출마 선언을 하신 분 중에서 저평가된 분들이 있다고 본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황교안 전 대표와 궁합을 맞추면서 본인 색깔을 드러내지 못한 나경원 전 원내대표다. 안타깝게 서울시장 경선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패해서 못 나갔지만,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우리당의 인재 풀이 좁아졌다. 과거에 비해 전문성 떨어졌고, 각종 공직선거에 후보로 낼 사람이 부족하다. 인재 풀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 경쟁 선발이 가능한 모든 당직은 개방형으로 풀겠다. 능력이 중요시 되는 대변인, 전략 기획과 관련한 모든 당직은 연공 서열이 아니라 가장 능력 있는 사람이 맡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 이게 정착되면 대한민국의 무수한 인재들이 활동 기회를 얻기 위해 공정한 선발에 참여할 것이다. 국민의힘도 인재 선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젊은 정치인을 키우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입해서 비대위원으로 만들어준 제 케이스가 그렇듯이, 시혜적이고 파격적 영입에서만 가능하다. 상시선발 체제로 가는게 중요하다. 현재 공천 제도를 보면 당의 유력자에 줄을 서거나 당원들을 많이 모집해서 그들과 함께 막걸리를 많이 마시는 사람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게 능력 있는 사람의 진입을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인재영입 측면에서 공정한 경쟁의 장을 펼치겠다.”
-범야권 대선 경선에 불확실성이 많다. 어떻게 관리할 생각인가.
“기본적으로 대선이 흥행하기 위해선 다단계 경선보다 하나의 큰 경선에서 각자의 색깔을 드러내며 경쟁하는 게 옳다고 본다. 윤석열 안철수 유승민 홍준표 원희룡 등이 경쟁하는 당내 대선 경선은 말 그대로 국민 관심을 다 쓸어 담을 거다. 그들이 그 안에서 수준 높은 방식으로 겨룰 수 있다면 대선 승리의 보증 수표가 될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경선이 대선 승자였듯이, 그런 경선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외부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단계별 단일화 모델을 생각하면서 정치 공학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될 것이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했던 것처럼 중심을 잡는, 뚝심 있는 당 운영이 중요하다.”
-윤 전 총장 거취 문제로 논란이 많다.
“적어도 우리 당 지지자들과 당 조직이 대선에서 중요한데, 이들이 윤 전 총장을 우리 후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서 대선을 도우려면 6개월 정도는 당원과 소통해야 한다. ‘국힘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기간이 필요하다. 서울시장 보선 전까지만 해도 많은 분들이 ‘국힘산 타이틀을 달면 불리하다’면서 제3지대론을 펼쳤는데, 결과를 보면 국힘산 타이틀이 나쁜 게 아니었다. 결국 윤석열이란 사람이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가느냐 판단은 본인이 하는 것이다. 호랑이 굴엔 호랑이가 많이 산다. 그 호랑이들이 경선에 나가서 강한 호랑이가 나오면 단계별 단일화 모델이 어려울 수 있다. 결단을 내려야 되는 게 맞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했던 제3지대에 대한 설익은 고민들이 그분들의 잠재적 가치를 갈아먹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윤 전 총장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있을 것이다. 윤 전 총장에게 전략가라는 사람들이 여러 모델을 제시할 텐데, 그거 다 반기문 안철수가 했으나 실패한 모델이다.”
-당 대표가 되면 바로 윤 전 총장을 만나겠다고 하셨다. 무슨 말을 할 건가.
“‘공정한 경쟁의 틀을 만들겠으니 당원과 소통하면서 당 조직과 융화되자’ 그 얘기를 할 것이다. 안 대표도 바로 만나서 ‘안 대표가 원하는 합당 조건 다 들어주겠다’고 할 것이다.”
-공정한 경쟁의 틀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대통령 선거는 당심이 아니라 민심으로 본선 투표가 치러진다. 최대한 민심을 기반으로 한 경선 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미국에서 시행하는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와 순회 경선을 결합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소 급진적일 수 있겠지만, 대의원이나 책임당원의 비율을 낮추는 것으로 고려할 수 있다.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대의원 줄 세우기로 항상 논란이 많았다. 대의원이란 게 정보 접근이 제한적일 때 접근성 높은 대의원에 판단 위임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을 통해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 든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에 부정적이다.
“김 전 위원장과 주호영 전 원내대표의 갈등 속에서 보여줬듯이 본인이 정강정책을 바꿨음에도 당이 역행할 것을 두려워해서 그러는 것이다. 역행 우려가 실존한다면 그 우려를 쉽게 날릴 수 있는 게 이준석 당 대표 당선이다. 제가 당 대표가 되면 김종인의 노선과 크게 다르지 않게 당을 운영할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이 낙담하는 일이 없을 것이고, 굳이 수고롭게 제3지대를 만들 필요가 없다. 바로 전열이 정비될 것으로 본다.”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 당내 후보군의 지지율이 낮다.
“윤 전 총장이 당연히 야권 단일후보로 나온다는 전제 하에 지지율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 그것에 대해 윤 전 총장이 명확히 말한 바 없다. 윤 전 총장의 판단에 따라 지지율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 만약 제3지대를 선언한다면 지지율이 확 빠질 것이라 예측한다. 선거가 가까워 올수록 지지율 윤곽이 많이 출렁일 거다. 우리당 후보들이 갖고 있는 장점을 피력할 수 있는 전장을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경제와 일자리, 국가운영에 대한 부분이라 우리 당 후보들이 불리하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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