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마라도입니다.", "네, 아주 선명하게 잘 보입니다."
경북 독도·인천 백령도·제주 마라도·강원도 고성 등 우리나라 동서남북 제일 끝자락을 지키는 경찰·소방·군 관계자들이 영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대구 수성구에 있는 재난안전통신망 대구운영센터에서 이들과 번갈아 인사를 나누고, 고마움을 표했다. 목소리와 영상이 끊김 없이 전달됐다.
지난 14일 오후 대구운영센터에서는 세계 최초 4세대 무선통신기술(PS-LTE) 기반 전국 단일 재난안전통신망 개통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전해철 장관과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권영진 대구시장 등이 참석했다. 애초 대통령·국무총리 참석을 구상했지만 일정 맞추기가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재난안전통신망은 대규모 재난 발생 때 경찰과 소방, 해경 등 재난 관련 기관이 하나의 통신망으로 소통하며 신속하게 현장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구축 사업이 추진돼 이날 6년 10개월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성공적인 운영 경험을 거쳐 그해 12월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금까지 중부권(2019년 9월), 남부권(2020년 9월)에 이어 올해 3월 수도권 구축을 완료했다. 오는 2025년까지 구축·운영비 등 총예산 1조5000여억원이 투입된다.
이로써 재난 상황에 현장 대응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기존에는 재난 관련 기관별로 서로 다른 무선통신망(VHF·UHF·TRS)을 사용해 통신할 수 없는 지역이 많았다. 기관 간 상황 공유나 공동 대응이 어려웠던 문제가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으로 해결되는 셈이다.
재난안전통신망은 전국 1만7000여개 기지국을 상용망과 연동해 음영지역도 해소한다. 오래된 기존 고비용 재난 관련 통신망을 대체하고, 우수한 통화 품질로 경찰·소방 등 사용 기관 만족도를 높인다. 특히 최동단 독도에서부터 백령도, 마라도에 이르기까지 전국망 통신으로 광범위한 지역을 동시에 통합 지휘할 수 있다.
재난안전통신망을 120% 활용하기 위해선 단말 보급이 중요하다. 센터 앞마당에 준비된 행사장 옆에는 재난안전통신망 보급단말(스마트폰형·무전기형 등)과 이동식 기지국(배낭형·차량형), 영상 송출이 가능한 드론 등이 다양하게 진열돼 있었다.
현재 단말은 9만여대가 사용 중이다. 올해 말까지 15만대 이상 보급할 전망이다. 심진홍 행안부 재난안전통신망관리과장은 "코로나19 백신 수송에 재난안전통신망을 활용해 경찰과 군이 연락체계를 구축하는 등 편의를 꾀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단말 수요는 24만대까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경찰 단말 보급률은 9만여대 중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비해 소방은 2000여대뿐이다. 이에 내년까지 1만3000대로 보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서영교 행안위원장은 "단말 보급을 위한 예산 마련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가 열린 대구운영센터는 3개 운영센터(서울·대구·제주) 중 유일하게 단독 건물로 지어졌다. 어느 한 곳에서 장애가 발생해도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운영센터를 나눴다. 3층짜리 대구운영센터 1층에는 통신장비가 들어섰고, 2층은 관제실로 쓰인다. 관제실 화면으로 재난안전통신망 사용 건수, 오류율, 요일별 사용률, 다른 센터와 연동 등을 집계한 수치와 폐쇄회로(CC)TV 모니터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행안부는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운영을 총괄한다. 기관별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경제적 유지보수로 인한 예산 절감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했다. 전해철 장관은 "지난 3월 수도권 지역 구축을 마무리하고 세계 최초 재난안전통신망 전국 운영을 본격 시작했다"며 “디지털 뉴딜 핵심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통신뿐 아니라 다양한 재난안전 응용서비스를 제공해 사업 효과를 조기에 가시화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