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면 한국, 실패 땐 북한"…미얀마 저항, 한국서 '희망'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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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1-05-1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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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 우리 분노 알아줘"…일본 설문조사서 한국 호감도↑

미얀마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이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권력을 잡은 군부의 무자비한 탄압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시민군과의 교전과 민간인 사망도 계속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쿠데타가 시작된 이후 이미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 저항에 앞선 이들은 차례로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싸움은 쉽게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안 정부와 시민방위군을 통해 저항 운동은 나날이 조직화되고 있다. 이들 저항에 원동력이 된 것 중 하나는 한국의 현재다.
 
"성공하면 한국, 실패하면 또 다른 북한"···끈질긴 저항 
미얀마 인권운동가 마웅 자니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만약 우리가 성공하면 우리는 한국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실패한다면 또다른 북한이 될 것이다"라고 올렸다. 군부를 좌절시키지 못하는 것은 곧 미얀마가 앞으로도 끊임없는 독재의 시대에 갇히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다. 

시민들 역시 지금의 전쟁이 '절체절명'의 시기라는 것을 알고 있다. 군부의 호된 탄압에도 저항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3월 27일에만 100명이 넘는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유혈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국제사회의 압력도 커졌지만 미얀마 군부의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로이터는 15일 미얀마 북동부의 민닷(Mindat) 지역에서 전투를 하고 있는 민병대의 상황을 보도하기도 했다.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 규모는 쿠데타 발생 이후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라고 통신은 전했다. 해당 지역에 사는 이 중 한 명은 '우리는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면서 "지역 내 2만명의 사람들이 있으며, 대부분이 노인과 어린 아이이며, 아이들이 포탄에 맞아 사망했다. 이들은 채 10살도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미얀마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는 국민통합정부(NUG) 출범을 알리면서 조직적인 저항에 나섰다. NUG 측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측에 군사 정권이 아닌 NUG를 미얀마 합법 정부로 인정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NUG는 미얀마 군 정권에 맞서기 위한 시민방위군(People's Defence Force·PDF)도 창설하며 무력에 맞서는 무력 전술을 쓰고 있다. 평화 시위로는 군부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사진=트위터]


그러나 미얀마 군 정권은 이달 8일 공식적으로 NUG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 군부는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포격을 가하면서 탄압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군부 정권 반대 활동을 벌여온 미얀마의 시인 세인 윈이 휘발유를 붓고 산 채로 불태워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윈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을 장기간 지지해왔으며, 1998년 민주화운동 당시부터 정치권에서도 활동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쿠데타 이후에는 반군부 거리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일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행위들을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이들은 군사정권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했다. 앞서 시인인 크 자 윈과 찌 린 아이가 지난 3월 거리시위 도중에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반 쿠데타 운동을 벌이던 시인 켓 띠도 최근 군경에 끌려갔다가 장기가 사라진 채 주검으로 발견됐다. 군부는 시민들의 저항 의지를 북돋우는 이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우리의 고통과 분노를 알아준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화에 성공한 한국의 현재는 미얀마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전례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의 다하라 노리마사 아시아총국장 역시 기명 칼럼을 통해 "미얀마 국민들이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두고 '우리와 같은 일을 겪었다'며 공감하고, 이를 본보기로 여기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가 미얀마 내에서 한국의 호감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미얀마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러한 영화 '택시운전사'를 추천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같은 이유라고 전했다. "한국은 우리의 고통과 분노를 알아준다"는 한 대학생의 말은 현지 분위기를 잘 반영한다고 다하라 총국장은 지적했다. 

실제 미얀마 주재 일본인이 현지인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군부 쿠데타 이후 인상이 좋아진 나라'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89%가 한국을 꼽았으며, 일본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46.9%에 불과했다. 이처럼 호감도가 높아진 배경에는 한국 정부와 시민들의 쿠데타 규탄이 있다. 반면 일본은 쿠데타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한국에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와 종교계 등에서도 미얀마 군부 폭력 반대와 민주주의 지지 집회를 열고 있는 것이 사회관계망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미얀마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얀마 시민들은 민주화 운동을 응원하는 한국의 시민들에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있다. 미얀마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는 한국의 민주화 운동 지지에 감사를 표하고 있다. 해시태그를 통해 #고맙습니다한국#thankyoukorea를 넣은 게시물들이 널리 퍼지고 있으며, 종이에 '한국의 지지에 감사한다'는 한국어와 미얀마어를 적어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이 먼저 이뤄낸 민주화의 성과를 자신들도 이뤄내고자 함과 동시에 한국 내에서 퍼지는 미얀마 지지 움직임에 대한 감사를 표한 것이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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