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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직전 거래일이었던 14일 1128.6원에 마감했다. 전날 종가보다 0.7원 떨어진 수치다.
이는 시장 관계자들의 예측과 대치되는 흐름이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전문가들 상당수가 1110~1120원 사이를 오갈 것이란 전망을 내놨지만 이를 뒤집고 순식간에 고점을 높였다. 지난 13일 장 중에는 1133.33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환율이 1130원대를 회복한 건 4월 1일(1131.9원) 이후 처음이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이 같은 현상을 유발했다. 앞서 발표된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작년 동월보다 4.2%나 급등하며 인플레에 대한 공포가 커졌다. 이는 시장 예상 범위를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위험 자산(원화) 회피 분위기가 조성됐고, 자연스레 달러화 강세 흐름이 조성됐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 물가지표에 외국인 역송금 등 다양한 요인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환율이 114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핵심은 연준의 ‘테이퍼링’ 시점이다. 이번에 환율이 단기간에 뛰는 과정에도, 인플레 우려로 연준이 통화정책 기조 변화(조기 긴축) 시점을 앞당길 거란 분석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앞서 상반기 ‘약(弱)달러 유지(1110~1120원)’ 분위기가 조성됐던 당시에도 이유는 마찬가지였다. 당시 발표됐던 미국의 4월 비농업 일자리(26만6000개)가 시장 추정치를 크게 하회했고, 이 같은 '고용 쇼크'로 테이퍼링 신호가 나올 시점이 더뎌질 거란 분석이 밑바탕이 됐다.
따라서 당분간 환율은 변동성 높은 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단 단기적으로 봤을 때, 기저효과와 공급 차질 인플레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지만, 고용 부문의 회복은 여전히 상존하는 변수다. 과거 2014년 1월 테이퍼링이 시작됐을 당시에도, 고용은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 중후반에 머물렀지만, 고용이 90% 정도 회복된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가 시작됐다.
하나은행 외환담당 관계자는 “현재 미국의 통화 정책은 고용회복 지연에 인플레 우려, 자산 거품 등 다양한 변수가 얽혀 있어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등의 태도 변화를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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