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런던 고래(London Whale)’ 사건은 2008년 금융위기를 절묘하게 피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있어서는 최고의 은행으로 평가받던 JP모건에 공식 발표 2조원에 벌금 1조원, 숨어 있던 포지션에서의 손실까지 합해 7조원 정도의 손실을 안기면서 ‘몰빵 투자’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바 있다. 과연 런던 고래가 당시 사건의 주범으로 몰렸던 브루노 익실(Bruno Iksil)이라는 일개 트레이더인지, 그가 속해 있었던 JP모건 런던 지점의 CIO(Chief Investment Office)인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작년 2월 중순부터 국내 언론에서도 보도되기 시작한 ‘소프트뱅크’의 묘한 움직임이 있었다. 무려 1000억 달러 규모의 벤처캐피털 ‘비전펀드’ 수장(라지브 미스라)이 헤지펀드 스타일의 자(子)펀드를 설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나고 보니 사무실 공유 스타트업 위워크나 반려견 산책 애플리케이션 회사 왝 등에 대한 투자 실패로 곤혹스러워진 라지브 미스라가 투자의 결실을 맺기까지 어느 정도 세월을 낚아야 하는 본연의 사업은 뒤로하고 헤지펀드를 통해 돈 놓고 돈 먹기로 단기 실적을 올리고자 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만들어진 투자회사가 ‘SB 노스스타(North Star)’였고, 그 당시 영입했다는 ‘선수’가 라지브 미스라가 도이치뱅크에서 근무할 때부터 측근이었던 같은 인도 출신의 악샤이 나헤타였다.
작년 3월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기존의 경제학, 투자론, 기술적 분석 등의 교과서들을 죄다 무색하게 만들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별로 없어도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숱하게 배출되었듯이, ‘MMT(현대화폐이론)’의 원전이나 주창자도 잘 모르는 가운데 여기저기에서 MMT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마구잡이로 돈을 찍어내는 시절로 접어들었다. 대부분의 여객기가 격납고에 머물 정도로 경제활동은 극도로 위축되었지만, 넘쳐나는 유동성과 주식이나 코인 투자 이외에는 딱히 할 일도 없는 개인들의 쇄도에 힘입어 주가는 그 어느 때보다 급등세를 이어갔다. 그 와중에 지수와 개별 주식 가릴 것 없이 콜 옵션 매수세가 폭증하던 2020년 여름을 보냈다.
나스닥 고래와 관련한 뉴스의 흐름을 쫓아가다 보면 몇 가지 ‘상식적’ 교훈을 상기하게 된다. 첫째, 금융시장에서 레버리지를 크게 쓴다는 것은 항상 대박 아니면 쪽박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빌 황의 아케고스’ 사태처럼 원금의 몇 배에 달하는 차입금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나 옵션 같은 파생상품의 이용은 극단적인 레버리지 기법이다. 나스닥은 길게 보면 작년 한 해 꾸준히 상승했다. 그러나 ‘SB노스스타’는 중간중간 나타난 ‘약간의’ 조정 국면에서 ‘엄청난’ 손실을 입은 듯하다. 이제는 누구나 다 아는 용어가 되어버린 ‘존버’도 빚이 없을 때에나 가능하다. 둘째, 패가 노출되어서는 시장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점이다. 화투장을 돌려놓고 고스톱을 쳐서는 이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포지션이 과도하게 어느 한쪽으로 쏠린 것이 노출되면 그만큼 공격을 받을 가능성도 커지는 법이다.
그러다 보니 작년 100%의 수익률로 월가의 스타 매니저로 떠오르며 연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캐시 우드나 암호화폐 시세 조종에 한껏 재미를 들이고 있는 듯한 일론 머스크의 언행들을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바라보게 된다. 고래가 작은 연못에 뛰어들 때의 파장을 생각해 보라.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물은 고래 덩치만큼 이미 튀어 나갔고, 그 연못에서 고래가 빠져나오기는 들어갈 때보다 훨씬 힘겨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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