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앤피이슈] 코로나 손실보상법’ 수개월째 논의만...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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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진 기자
입력 2021-05-2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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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명령에 중소상공인들은 가족과 이웃은 물론 국가를 위해 동참했습니다. 이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래 유사한 상황이 왔을 때 아무도 국가지침을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1월 22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위원은 62명의 동료의원들과 함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극복을 위한 손실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법(손실보상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국가가 내린 행정명령으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 소상공인에게 정부가 직접 그 손실을 보상해 주는 것이 골자다.

당시 여야 및 정부는 “코로나 19 방역의 한 방법으로 영업금지, 영업제한 등의 행정명령을 받은 호프집, 유흥주점. PC방 등 자영업자들이 적지 않은 손실을 입은 만큼 이에 대한 손실을 보상해줘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은 지난 1월 발의된 이후 지금까지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소급적용 하자는 여야 vs 안된다는 정부

민병덕(더불어민주당)·최승재(국민의힘)·심상정(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급적용이 포함된 손실보상법 제정을 촉구한 바 있다.

민 의원은 “공공의 필요에 의해 국가가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했다면 그 보상 기준이 되는 시점 역시 행정명령이 시작된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정부가 영업을 금지·제한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영업손실을 보상하는 건 헌법 제23조에서 명시된 무조건적인 국가의 책무”라고 말했다. 헌법 제23조 제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 사용 또는 제한 시 국가는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심 의원은 “소급적용에 대해서는 긴말이 필요 없다. 행정당국의 명령으로 인해 발생한 국민의 손실보상 범위는 정부의 통제 방역 이후 생긴 모든 손실이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지난 12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회의에서 여야 모두 손실보상법을 소급하자는 것에 뜻을 모았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손실보상법 소급적용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소급적용에 찬성한 것은 처음이다.

반면 정부는 소급적용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다. 예산부족과 혼란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적용 시기, 대상, 기준 등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보상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추산이 가능하지만, 손실보상비용은 대략 월 24조 7000억 원으로 추산되며 지원 기간을 4개월로 가정할 경우 모두 98조 9000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같은 날 산자위에 출석해 “지금까지 정부가 집합금지·영업제한 업종에 대해 5조3000억원, 소상공인에 3차례 총 14조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며 “물론 모자란 부분도 있겠지만 정부로선 최선을 다해 지원을 해드렸다”고 밝혔다.

또 강 차관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손실보상액을 책정하면 일부 소상공인들은 보상액을 차감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 일선 현장에서 혼란이 초래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누구에게, 어떻게 주느냐도 문제

집합 금지나 영업 제한 대상이 아닌 일반 업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에게도 손실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례로 관광·여행업계의 경우 행정명령 대상 업종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여행업계 매출액은 코로나19 이전보다 83.7% 감소한 9조 8751억원으로 추산된다. 피해를 입은 일반 업종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행정명령 대상 업종에게만 손실보상이 이뤄질 경우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여야는 ‘일반 업종에 대한 지원방안도 손실보상법에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일반 업종에 대한 지원은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324만여곳 중 집합금지·영업제한 행정명령을 적용받지 않는 사업장은 현재 248만여곳(76.5%)에 달한다.

또 손실보상액을 산정하는 기준을 정하는 문제도 쟁점으로 남아있다.

정부는 ‘매출액에서 비용을 제외한 영업이익을 보상액 산정 기준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매출액이 줄면 자연스럽게 원자재 구매와 같은 변동비용도 줄어들어 매출 감소액을 전액 손실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매출액을 산정기준으로 정하길' 원하고 있다. 영업이익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와 여야는 지난 17일 열린 국회 산자부 전체회의에서 오는 25일에 손실보상법에 관한 입법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여론을 다시 수렴해 풀지 못한 쟁점들을 해결하겠다는 목적에서다.

이에 대해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 손실보상 법제화를 더 미룰 수 없다”며 “(청문회에서) 당사자인 자영업자들의 목소리 듣고 정부와 해당 분야 전문가 의견을 종합 수렴해서 신속히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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