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방한 외국인 수와 해외로 떠나는 내국인 수가 동시에 고꾸라지는 등 큰 위기에 직면하자, 여행업계는 나름의 대안으로 랜선여행(온라인 여행)을 비롯해 가상체험 여행, 무착륙 관광 비행 등을 쏟아냈다.
하지만 여행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지역을 찾는 여행자의 유형은 어떤지, 또 어느 지역에 여행객이 몰리는지 등 관광산업 전반의 현황을 아우르는 '데이터(자료)'는 여전히 부실했다. 월 단위나 연 단위로 집계해 발표하는 정도의 관광 통계라, 시의성 있는 관광산업 동향 파악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인 2018년, 갓 취임한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한국 관광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역점사업을 추진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직원과 토론을 거쳐 '관광 빅데이터'를 구상했다.
기존 관광통계와 시장조사 데이터는 기본이다. 통신·카드·내비게이션 등 최신 민간 빅데이터를 아우르는 이 플랫폼에서는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여행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관광객 요구에 맞는 관광 홍보 마케팅을 추진할 수 있다. 지자체를 비롯해 민·관이 데이터를 토대로 협업할 가능성도 데이터랩이 키웠다.
개별 여행자 입장에서 봐도 한국 관광 데이터랩은 활용 가치가 높다.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할까, 가족과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 일상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설 때마다 우리는 '검색'을 한다. 수많은 정보를 모아 분석해낸 값을 토대로 도출된 검색 결과는 신뢰를 얻을 만하지 않은가.
관광 빅데이터 플랫폼을 운영 중인 일본이나 싱가포르와 비교해도 질적인 측면에서 뒤지지 않는다. 우리와 가장 비슷한 형태의 플랫폼을 운영하는 일본은 1~2년 전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민간 빅데이터 공급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낮아 시의성 있는 데이터 수집에 제약을 받는다. 반면 우리는 최소 나흘 전 통신 데이터를 활용해 최신 민간 빅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기초지자체별 관광시장 특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우리 지역 관광 상황판' 서비스는 관광 전문가가 아니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잘 구성됐다. 이런 관광 특화 분석 시스템은 한국 관광 데이터랩만이 가진 강점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앞당긴 디지털 관광 시대에 발맞춰 탄생한 이 플랫폼에 실제로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민·관, 개인에 이르기까지 다수가 호응했다. 실제로 한국 관광 데이터랩이 출시된 지 100일(5월 27일)간 누적 가입자 수는 5720명을 기록했다. 당초 관광공사가 예상했던 회원 수 5000명을 웃도는 결과다.
국내 대표 관광업종 다수는 물론, 전국 243개의 광역·기초지자체 중 75.7%에 달하는 184개소가 서비스에 가입했다. 전체 가입자의 54.9%인 3138명이 개인회원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 관광산업은 관광 데이터랩 출시 전과 후로 나뉠 것이다."
김영미 한국관광공사 관광빅데이터 실장은 이렇게 예측했다. 그리고 김 실장의 예측은 빠르게 실현 중이다. 출시 100일을 갓 넘긴 한국 관광 데이터랩은 이미 관광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관광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핵심 기반 '한국 관광 데이터랩'은 분명 우리나라 관광산업 경쟁력을 높일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다. 밥상은 차려졌다. 이제 잘 차려진 밥상을 꼭꼭 씹어 먹고 잘 소화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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