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자재가격 급등 속 슈퍼사이클(장기 상승)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회복과 일부 품목 수급차질, 투기수요 유입 등이 급등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슈퍼사이클 여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9일 한국은행은 BOK 이슈노트에 실린 '국제원자재가격 상승배경 및 국내경제에 대한 파급영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로 급락했던 원유 등 국제원자재가격이 빠르게 상승해 거의 모든 품목이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제원자재가격이 상승한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주요국이 제조업에 대한 생산활동 재개 및 바이오연료 생산(곡물), 가구 및 주택에 대한 지출(목재)이 증가하면서 수요가 늘어난 데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시설폐쇄와 과잉재고 해소를 위한 감산, 국제정치 갈등 등이 공급에 악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수급불균형으로 가격상승이 예상되는 품목에 투기자금이 유입되는 등 비상업 순매수포지션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원자재 가격은 올해 강세를 보이다 내년 하향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유의 경우 OPEC+의 감산규모 축소와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확대 등으로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고 금속 역시 주요국 생산설비 증설 등이 수급개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됐다.
슈퍼사이클 진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최근 원자재가격이 사이클 저점에서 소폭 반등하고 있으나 그 정도가 크지 않고 가격 상승에 경기회복, 수급요인 등 영향이 혼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글로벌 친환경 산업의 성장속도와 공급차질 완화 여부 등에 대한 불확실성 역시 높다는 것이 한은 측 설명이다.
한은은 "원유의 경우 글로벌 경기 회복과 예비적 수요 증가가, 알루미늄은 경기회복 및 투기적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향후 원자재 가격은 주요국의 친환경 정책과 원자재 생산국의 생산능력 확충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같은 원자재가격 상승이 국내경제에 소비자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원유가격과 금속가격, 곡물가격 상승이 각각 석유류 가격, 금속관련 제품, 외식비 등을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수 있어서다. 실증분석 결과 원자재가격이 추세적으로 10%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최대 0.2%(4분기 후) 상승하고 충격 효과가 장기에 걸쳐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성 한은 조사국 물가연구팀 차장은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글로벌 경기회복의 영향에 의해 상쇄되면서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향후 경제활동 정상화 과정에서 생산자물가나 기대인플레이션 경로를 통해 물가상승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물가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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